[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개월 만에 영어(令圄)의 몸에서 풀려나게 됐다. 그동안 미뤄왔던 투자와 고용뿐만 아니라 그룹 개혁안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5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에서 열린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은 1심에서 따로 심리와 선고가 이뤄진 뇌물공여 혐의와 총수일가 경영비리 혐의를 병합해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1심 재판에서는 총수일가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인 올해 2월 13일에 열린 1심 재판에서는 롯데그룹이 최순실 씨가 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를 '제3자 뇌물죄'로 보고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두 혐의를 병합해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가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추가 지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대통령이 먼저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다"며 뇌물공여 책임을 엄히 묻기는 어렵다고 결정했다. 경영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일부 배임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지만, 수동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봤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신 회장을 곧바로 석방했다. 이번 조치로 롯데그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검찰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단 구속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류하거나 결정하지 못했던 투자와 고용 그리고 개혁안에도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올해 2월 신 회장 구속 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했지만, 인수합병(M&A) 등과 관련한 핵심 사안은 결정하지 못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올해 국내외에서 10여 건에 달하는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검토했으나 포기 또는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 회장이 풀려나면서 주요 경영 현안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신 회장이 약속한 롯데그룹 개혁안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신 회장은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한 검찰수사가 끝난 뒤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신 회장은 2017년부터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총 4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연장선상에서 신 회장 석방 이후 대규모 투자와 신규 고용을 담은 계획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대 그룹 중 올해 투자와 채용 계획을 발표하지 못한 곳이 롯데그룹이 유일해서다.
또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 투명한 지배구조 개편과 사회공헌 영역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8월 29일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투명하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양창균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