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드디어 경영전면에 나섰다. 이에 따라 소강 상태였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측만 난무할 뿐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공표된 게 없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을 보좌해 경영 업무 전반 총괄을 목적으로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14일 그룹 수석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지난 2009년 미등기임원으로 현대차 부회장에 오른 후 9년 만의 일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번 승진으로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가지게 됐지만 실권을 틀어쥐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룹 핵심에 대한 지배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2.28%), 기아차(1.74%)의 주주이지만 지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현재 그룹 순환출자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에는 단 1주의 주식도 가지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대권을 확실히 잡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한 차례 이 작업을 시도했지만 시장의 강한 반대에 막혀 철회했다.
현대차그룹은 3월 말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존속)과 사업부문(분할)으로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을 합병,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현대글로비스 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합병사 신주를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16.88%)과 교환하겠다는 게 당시 계획이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분할합병 비율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고 현대모비스에 불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를 지배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위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시장 전반의 반대를 수용, 5월 말 돌연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 후 약 4개월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발표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해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존속)과 사업부문(분할)으로 나누지만, 사업부문을 상장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업부문 상장을 통해 시장의 적절한 평가를 받음으로써 앞서 문제가 됐던 분할합병 비율의 문제를 불식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임시주주총회에서 부결될 경우 유사한 안건을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을 의식한 듯 양사 임시주총 전 안건을 철회를 했던 점도 이 같은 추론을 가능케 한다.
다만 이 같은 방식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금에 대한 압박이 생길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일단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사업부문의 상장을 추진할 경우 통상 상장 절차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어 올해 안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상장된 분할법인의 가치가 높아질 경우 합병 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 존속법인 지분 확보에 적잖은 추가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
이외에도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 시나리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태클을 걸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내놓은 새로운 방식의 개편안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를 모듈부문과 AS부문으로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모듈부문, 현대차와 AS부문의 합병을 주장했다. 이후 현대글로비스 합병사가 기아차와 총수일가의 현대차 합병사 지분을, 총수일가가 기아차의 현대글로비스 합병사 지분을 각각 사들일 것을 제안했다.
이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의 약 90%를 차지하는 AS부문과 현대차가 합병함으로써 현대차 합병사의 가치가 제고, 현재 약 6천억원 수준인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한상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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