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른 플랫폼 확대로 디지털 재화·용역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등 이른바 '디지털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등 IT기업의 온라인 거래에 새로운 과세기준을 적용, 과세권을 확장하는 '디지털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구글, 애플 등 글로벌IT 기업 등에도 가상의 고정 사업장 조건으로 세금 의무를 명확해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외 기업 역차별 이중 과세 논란 등 반론도 만만찮아 공론화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10일 김성식·박선숙 국회의원(바른미래당)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세 도입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주요국들이 디지털경제에 부합한 과세체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의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15년부터 국가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세(Digital Tax)'라는 구체적인 과세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 매출 7억5천만유로(한화 약 9천780억원) 또는 EU지역 매출 5천만유로(약 6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키는 구글 등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을 상대로 유럽 매출의 3%의 세금을 걷겠다는 법안이다.
김성식 의원은 "특정 다국적 기업이 왜 세금을 안내느냐가 핵심이 아니고, 많은 매출과 수익을 가져감에도 그 기업이 법인세로 경제적 기여를 하지 않아 경제 선순환 매커니즘이 깨져서는 안된다는 뜻"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선숙 의원은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 체제에서 디지털경제로 급격히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 모두가 공생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법 제도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하다"며, "제20대 국회에서는 최소한의 법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경제에 따른 '가상 고정사업장' 도입 제시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홍민옥 회계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디지털경제의 조세쟁점과 주요국의 관련 조세제도를 소개했다. 디지털세의 우선점검 사항으로 어떤 세목이 될 지부터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고정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이 외국에서 전자적 수단으로 국내의 개인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에 대한 과세문제와 이에 따른 불공정거래·과세권 침해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민옥 회계사는 "부가가치세는 개정세법안에서 온라인 광고, 공유경제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경제 과세에 취약한 면이 있다"며, "온라인 쇼핑을 통한 해외직구 거래의 상당 부분이 면세돼 불공정거래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인세에서 전자적 용역에 대한 과세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회계사는 "EU 지침은 전자적 용역의 정의와 예시를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게는 간편 사업자등록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현행법으로는 외국기업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는 경우 부가가치세와 마찬가지로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홍 회계사는 "현재의 고정사업장 개념을 대체하는 '과세연계점'이 필요하다"며, "2020년까지 국제적 합의에 이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타당성 연구 진행 결과를 소개했다.
오 교수는 OECD와 EU에서 물리적 존재가 아닌 디지털 존재를 과세연계점으로 보고 과세관할권과 과세대상 소득의 범위를 결정하는 '가상 고정사업장'의 개념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상 고정사업장은 ▲특정 국가의 사용자 수 ▲무형자산의 가치와 예금규모 및 예치금을 고려해 정해진다.
오 교수는 "기존 고정사업장으로는 과세관할권과 과세대상 소득 범위를 판단하기 모호한 영역이 있다"며, "중요 디지털 존재의 판단과 가상 고정사업장의 규정 도입에 앞서 마찰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실현 가능한 기준을 수립하기 위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세, 낮은 세율 거래세 적용"…"소비자 전가"우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찮았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는 "디지털세의 도입은 결국 원천지국 과세권을 강화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외국의 원천지국 과세를 저지할 명분을 상실할뿐 아니라 경쟁국의 원천지국 과세권 강화를 촉발할 가능성도 크다"고 짚었다.
이 세무사는 "OECD는 회원국 간에 고정사업장의 개념을 확대 또는 대체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조정되지 않아 2020년에 재논의 하기로 했다"며, "우리나라도 경제 여건을 고려해보면 원천지국 과세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한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그것이 새로운 세목인지, 아니면 과세대상과 납세의무자 등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소득과세인지 소비과세인지 정해야 하고, 디지털세를 도입해야 한다면 거래세방식의 낮은 세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세 제도는 국내기업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매출 축소를 통한 과세회피가 가능하고, 국내 기업이 법인세를 성실하게 납부하는 경우 이중과세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인터넷 거래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성격의 디지털세는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크다"며, "OECD 회원국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행력 담보가 가능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민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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