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 1세대(1G)부터 5세대통신(5G) 도입기까지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연재 중입니다 -
4세대통신(4G) LTE가 도래한 국내 시장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불법보조금 과열 양상이 지속되면서 속앓이가 계속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철퇴에도 불구하고, 불법보조금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2014년 방통위가 이통3사에 각각 45일간의 사업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그 때 뿐이었다.
불법보조금을 근본적으로 뿌리뽑기 위해 이동통신시장의 단말기 유통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이용자간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핵심 문제로 부각됐다. 동일한 스마트폰을 구입하더라도 어느 시기에 어디에서 구입하는가에 따라 보조금이 천차만별로 달라져 이용자간 차별적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됐다. 보조금 지급을 조건으로 고가 요금제를 의무 약정해야 해 그에 따른 가계통신비도 높아졌다.
단말기 보조금은 유통망에서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단말기 가격 할인액 또는 현금 지급액 전체를 총칭한다.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과 제조사가 지원하는 장려금 모두 '보조금'이라는 영역으로 수렴할 수 있다.
단말기 유통망을 살펴보면 이통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단말기 스펙과 출고가 등을 결정한 후 대리점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당시 SK텔레콤과 KT의 경우 지역본부 및 대리점이 직접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를 유통하기도 하고 LG유플러스의 경우 자체적인 공급을 했다.
이러한 유통 인프라를 통해 이통사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대리점 및 판매점 등에 정책장려금 또는 모집관리 수수료롤 지급했다. 제조사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직접적으로 장려금을 뿌려 단말기 가격을 상황에 맞게 조율했다. 이런 방식을 거쳐 소비자는 할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단말기를 구입하는게 당시의 유통구조였다.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문제점과 투명하고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국회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조해진 전 의원(새누리당)은 2013년 5월 27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보조금 관련 내용을 공시하며, 보조금 없이 구매한 자급제 단말의 경우 보조금에 준하는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한편, 개별 계약 강제 등을 폐지하고 위법시 과태료 및 형사 처벌까지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통법 발의 초기 업계에서는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통사는 시장이 혼탁한만큼 이를 안정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뜰폰도 역시 자급제 활성화를 위해 단통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통시장에서는 찬성하지만 영세 상인들의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다만, 제조사는 이와 달랐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제조사는 한국에서 해외보다 출고가를 높여 책정한 후 판매 장려금을 다시 지급해 최종 할부원금을 줄이는 이른바 '역보조금'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규제를 통한 시장 위축을 근거로 이를 반대했다.
정부와 제조사는 이후 치열한 물밑싸움을 이어갔다. 제조사는 영업비밀 공개 및 이중규제, 국내 휴대폰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설명회를 갖는 등 제조사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당시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제조사들이 많은 주장을 쏟아내면서 호도하고 있다"며, "주장이야 할 수 있겠지만 사실관계 하에서 얘기를 해야 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부는 단말기 원가자료가 아니라 단말기의 판매량과 장려금 규모 등에 따른 자료제출로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으며, 방통위와의 조사 및 제재 역시 중복되지 않도록 수정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려금을 막겠다는게 아니라 투명하게 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정부는 단통법 통과를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2013년 11월 31일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12월 1일 참석한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단통법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전 장관은 "법안이 빠르게 통과된다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이 위원장은 "강력한 보조금 규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중지를 모으기 위해 2013년 12월 5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곳에서도 정부와 이통사는 단통법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반전된 곳은 제조사다. 삼성전자는 영업비밀과 관련해 사업에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지만 LG전자는 자료 공개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팬택은 급격한 제도 변화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에 논의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먼저 한발 물러섰다. 단통법 관련 제조사 자료 제출과 보조금 상한제 조항을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원안 내용은 그대로였기에 삼성전자의 반대는 여전했으나, 정부 부처가 각기 다른 핵심 조항에 합의하면서 국회로 공을 넘기게 됐다.
단통법은 한 차례 더 수정과정을 거쳤다. 3년 일몰제에 이어 제조사 장려금 규모 자료 제출 조항을 기존 '제조사별'에서 '제조사 합계'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2차 수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회 파행으로 인해 시련을 겪었다. 2014년 2월 당시 미방위 여야 간사가 비공개 협의를 통해 법안소위 논의 목록에서 단통법을 제외시키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단통법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통3사가 순차 영업정지에 돌입한 2014년 4월 마침내 단통법이 국회 미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하기에 이른다. 이통사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14년 5월 2일 단통법은 재석 215인 중 찬성 212명, 기권 3명으로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른다.
단통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했으나 시작에 불과했다. 미래부는 단통법 10월 발효를 앞두고 시행령 마련 등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 역시 녹록치 않았다.
정부는 2014년 7월 50일에 걸쳐 단통법 고시를 제정해 발표했지만 업계와 소비자 모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출렁거리는 보조금 책정이 문제로 지적됐다. 기존 보조금 상한액인 27만원에서 범위를 25만~35만원을 정했다. 6개월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보조금 최대 상한액을 조정키로 했다. 요금제 가입자별로도 차등을 뒀다. 6개월마다 보조금 액수가 달라지고 요금에 따라 또 바뀌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오히려 이용자 차별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조금이 증가하면 당연히 단말기 가격도 올라가기에 전체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더 큰 문제는 보조금 상한제에만 너무 힘을 쓴 나머지 보조금을 이통사와 제조사로 분리해 표시하는 '분리공시'와 구체적인 보조금 상한액수 등이 사항이 결정되지 않은데 있었다.
특히 분리공시는 첨예한 대립이 계속됐다. 분리공시가 시행되면 장려금 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앞서 단통법 국회 통과 전부터 제조사들이 주장했던 영업비밀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사안이다. 제조사의 반대는 당연했다. 하지만 정부와 이통사, 시민단체들은 단통법이 제대로 효력을 내려면 반드시 분리공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리공시 도입 논란은 단통법 시행이 채 1개월도 남지 않은 9월까지 지속됐다.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들 간 분리공시에 대한 이견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의견조율을 위한 일정 지연이라는 설명이었으나 속내는 삼성전자의 반발이 심하다는데 동의하는 눈치였다.
결국 단통법에서 분리공시는 빠지게 됐다. 규개위 심사 결과 정부가 분리공시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확정했기 때문. 정부부처에서도 방통위는 찬성이었으나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끝없는 진통 속에 단통법은 2014년 10월 1일 시행됐다.
보조금 상한선은 기존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아졌다. 일선 대리점 재량으로 15%를 더 추가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단말기 모델마다 보조금을 달리했고, 요금제에 비례해서도 액수가 달라졌다. 단말기 보조금 대신 선택약정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위약금 제도가 재편되면서 번호이동이 제한됐다.
[연재]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
1부. 카폰·삐삐, '모바일'을 깨우다 2부. 이통 5강 구도 'CDMA·PCS'의 시작 3부. 이통경쟁구도 '5→3강' 고착화 4부. 'IMT2000' 이동통신 '음성→데이터' 전환 5부. 도움닫기 3G 시대 개막, 비운의 '위피' 6부. 아이폰 쇼크, 국내 이통판을 뒤엎다7부. 3G 폰삼국지 '갤럭시·옵티머스· 베가'8부. 이통3사 LTE 도입기 "주파수가 뭐길래"9부. SKT로 촉발된 3G 데이터 무제한10부. LTE 초기 스마트폰 시장 '퀄컴 천하'11부. '승자의 저주' 부른 1차 주파수 경매12부. 4G LTE 도입 초기, 서비스 '빅뱅'13부. 'LTE=대화면' 트렌드 중심에 선 '갤노트'14부. LTE 1년, 주파수 제2고속도로 개통15부. 음성통화도 HD 시대…VoLTE 도입16부. 이통3사 'LTE-A' 도입…주파수를 묶다17부. 역대 가장 복잡했던 '2차 주파수 경매'18부. 과열 마케팅 논란 '광대역 LTE-A'19부. 2배 빠른 LTE-A, 킬러콘텐츠 고심20부. LTE 1년만에…스마트폰 3강 체제 확립21부. '2014 악몽'…이통3사 순차 영업정지'22부. '스카이·베가' 팬택의 몰락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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