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정부가 연내 가명정보의 개념과 이용범위를 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 혁신 방안 중 하나로 가명정보는 당사자 동의없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 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가명정보는 추가정보의 사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를 뜻한다.
정부는 3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기도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 현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가명정보 '동의없이' 활용…고의적 재식별시 형사처벌
이번 발표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명정보 개념과 이용·제공 범위를 법에 담겠다는 것. 가명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범위는 ▲통계 작성(시장조사 등 상업적 목적 포함) ▲연구(산업적 연구 포함) ▲공익적 기록보존 등으로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애초 개인정보 수집 시 동의받은 목적이 아니더라도,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안전하게 조치한 가명정보라면 이 세 가지 목적에 한해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가명정보의 이용 목적을 제한적으로 명시함으로써 데이터 활용 범위는 이전보다 넓히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특히 고의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과징금 등 엄격히 처벌하기로 했다. 또한 이용 가치가 높은 데이터간 결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안성'이 높은 전문기관을 지정해 이를 수행하게 할 계획이다. 익명정보(시간, 비용, 기술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정보를 사용하더라도 더 이상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 대상에서 배제한다.
다만 입법 방법을 비롯해 가명화 조치 기법·절차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윤기 행정안전부 전자정부국장은 "금년 하반기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빠른 시일 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가명정보 이용범위 중 통계 작성에 포함된 '상업적 목적'에 대해서는 "산업적 목적의 용도까지 허용할 계획"이라며 "영업 목적으로는 쓰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목적은 괜찮지만, 그로 인해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판촉 목적으로 연락을 하는 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가명화의 구체적인 기법, 방법, 절차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와 관련부처 협의를 거쳐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런 방식에 대해 "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갔던 길"이라고 설명했다. GDPR의 제정 취지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의 단일화된 개인정보 규제체계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개인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촉진해 디지털 단일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밖에 정부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 육성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분야별로 100개의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데 800억원을 쓴다.
◆"실효성 크지 않다…여전히 포지티브 규제 제자리걸음"
그러나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가명정보의 이용 범위를 두고도 데이터 활용 확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IT업계 관계자는 "가명정보의 개념, 활용범위 등은 GDPR에 다 나와있는 개념은 맞다"면서도 "다만 GDPR은 개인정보 처리목적의 양립 가능성에 따라 추가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게 해주고 있어 실제론 GDPR의 (데이터 활용 범위가) 더 넓다"고 평가했다.
GDPR에서는 원래의 개인정보 처리 목적 외 다른 목적으로도 개인정보를 추가로 처리할 수 있다. 원래의 목적과 다른 목적이 '양립 가능한(compatible)'한 경우 허용된다. 양립 가능 여부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여러 요건을 검토해 판단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개인정보 가명처리다.
이 관계자는 "양립 가능성에 대한 고려와 함께 개인정보 이용내역 통지제, 개인정보 유효기간제 등 국내에만 한정된 규제의 폐지 내지 개선이 이뤄져야 그나마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은 평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논평을 통해 "현행법에서 허용된 통계 작성과 학술연구에 각각 상업적 목적, 산업적 연구를 포함하는 것은 기존 법 해석으로도 가능하다"면서 "이 정도 목적으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목적을 추가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보기에 따라서 현행법상 당연히 허용되는 범위를 축소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구 변호사는 "아직도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라며 "'프로파일링 금지 그 이외는 허용'처럼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이라는 말의 뜻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며 "논란의 여지가 없게 식별성 요소를 구체적으로 법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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