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3세 정기선 체제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분할합병안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3세 경영 체제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이 분할합병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여러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특히 분할되는 삼호중공업 투자부문의 내면과 최근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흡수합병이 아닌 분할합병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를 대략 추측해 볼 수 있다.
28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으로부터 1대 0.3493919 비율로 분할되는 투자부문을 1대 0.5051006 비율로 합병키로 했다. 오는 10월 31일 주총을 거쳐 12월 1일 합병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가 순환출자 해소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미포조선→현대중공업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삼호중공업이 보유한 미포조선 지분(42.34%)과 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3.93%)을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을 분할합병키로 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가 미포조선 지분을 사들일 이유가 없어졌다. 삼호중공업은 846만8천246주의 미포조선의 주식을 들고 있다. 시가로 약 8천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 돈을 아끼게 된 셈이다. 문제는 분할합병이 아닌 흡수합병을 통해서도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데도 현대중공업이 굳이 삼호중공업과의 분할합병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분할합병 시나리오에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 분할합병안에 따르면 분할되는 투자부문 승계대상재산에는 미포조선 주식 전량이 포함된 반면 투자부문에 귀속되는 직원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삼호중공업 투자부문은 직원 없이 오로지 미포조선 지분을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인 셈이다.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사정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천244억원, 영업손실 1천757억원, 순손실 2천33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4% 줄었고 영업과 손순익은 각각 적자전환 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나스르 원유생산설비를 출항시킨 이후 해양작업이 멈추는 등 해양부문의 일감이 고갈된 상태다. 이로 인해 김숙현 해양사업본부 대표는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결국 해양부문에서 지난 4월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27일부터 9월 14일까지는 5년차 이상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15년차 이상자 중 만 4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정년 신청을 접수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의 최근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인력 문제를 우려해 삼호중공업의 합병이 아닌 분할합병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호중공업의 정규직은 약 3천600명에 달한다. 만약 현대중공업이 삼호중공업을 흡수합병 한다면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직원이 없는 삼호중공업 투자회사를 흡수함으로써 미포조선 지분을 얻으면서도 고용 승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한상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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