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국회에서 CJ ENM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CJ ENM이 지상파와 맞먹는 시청률의 방송사업자로 성장하면서 지상파처럼 방발기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발언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요구했다는 점에서 파장도 우려된다.
이는 방발기금이 특정 기업에 한정적 자원인 주파수 등의 배타적 권리를 주고 걷는 일종의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인 탓이다. 현행법상 방발기금은 이 같은 허가·승인 사업자에 한해 부과하고 있다. CJ ENM은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이에 대한 부과는 법적 근거가 없다.
CJ ENM에 방발기금을 부과하려면 현행법인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해 허가가 필요 없는 등록 사업자인 일반 PP까지 징수 대상을 확대해야한다. 이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tvN을 보유한 CJ가 방송기금을 안내고 있다"며 "종편과 지상파는 기금을 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방통위는 논의만 하고 내놓지 않고 있으니 늦추지 말고 조속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노 위원장은 이 같은 필요성의 근거로 넷플릭스에 대한 드라마 판권 계약을 문제 삼았다.
노 위원장은 "CJ ENM이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해외 판권을 넷플릭스에 약 300억원에 팔았다"며 "이같이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가 많아지면 국내 방송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J ENM이 커가는 기업인만큼 공적 책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J ENM은 등록만 하면 되는 일반 PP로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근거한 방발기금부 부과 대상인 허가·승인 방송사업자가 아니다.
실제로 현재 방송사업자 중 지상파, IP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종편PP, 홈쇼핑PP 등이 방발기금을 내고 있는데 모두 허가·승인 사업자다.
아울러 방발기금은 매출이 많다거나 시청률이 높다고 무조건 징수할 수 있는 기금도 아니다. 현행 법상 통신업체 등 기간통신사업자가 내는 주파수 경매대가 등 외에도 방송사의 매년 재정상태와 방송 공공성 등을 고려해 징수율이 결정된다.
산정 역시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성한 방발기금운용심의회에서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이 심의회는 사업자가 확보한 가입자, 매출액 등의 시장변화를 고려해 방발기금 징수율을 산정한다. 이렇게 징수된 기금은 방송통신산업 진흥 지원에 쓰인다.
CJ ENM은 지난 7월 CJ 오쇼핑과 CJ E&M이 합병했기 때문에 홈쇼핑PP로서는 이미 방발기금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tVN 등을 보유한 일반 PP로서 CJ ENM에 방발기금을 징수하려면 방송사업 같은 매출 조건을 규정에 포함한 법 개정이 필요한 대목.
법 개정이 이뤄져 일정규모 이상 PP로 부과 대상을 확대할 경우 형평성 논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반 PP는 기간 및 지상파 사업자 등과 같은 허가 사업자와 달리 배타적 권리를 갖지 못한다.
더욱이 국내 방송사업자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넷플릭스에 방발기금을 징수하는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내외 역차별 문제는 물론 자칫 중소 PP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인데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는 이유다. 더욱이 이들 기금은 활용처를 놓고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 기금 운용 개선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기금 운용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기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금은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은 소수의 특정 사업자들의 사업을 보장하는데 대해 징수하는 부담금 개념"이라며 "진입장벽이 따로 없는 시장에서 기금을 징수하는 건 입법 취지에 맞지 않고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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