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수 기자] 여야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을 완화 대상에서 배제하는 '10조 룰'을 어떻게 풀어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4일 범안심사소위를 열고 인터넷 전문은행 관련 6개 법안 심사에 착수한다. 20일 현재 정무위에는 4건의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과 2건의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여야 정치권이 8월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매듭짓기로 합의한 가운데 은행법 개정보다는 특례법을 통한 규제완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행 은행법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반면 지분보유 한도를 놓고 조금씩 이견을 보이는 모양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특례법의 경우 지분보유 한도를 34%까지 늘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 발의 특례법은 최대 50%,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특례법은 지분보유 한도를 25%까지 늘리는 대신 상장 시 15%로 조정되도록 했다.
여기에 개인 총수가 있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을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10조 룰'도 국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10조 룰'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 재벌의 사금고화 등 각종 폐해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이 경우 카카오뱅크의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 카카오의 지분 추가 확보가 쉽지 않다. 카카오는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총수로 지정돼 있다. 카카오의 현재 자산은 8조 5천억원으로 향후 10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의 취지는 자본과 기술투자의 확대다. 하지만 카카오의 경우 '10조 룰'로 인해 경영 참여가 제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금융위는 전체 자산 중 ICT 분야 자산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기업에 한해 '10조 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최근 국회에 전달했다. 이 경우 제조업 기반의 IT 기업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ICT 비중이 높은 카카오, 네이버의 경우 '10조 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관련 조항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정무위 범안심사소위에서 금융위에 의견을 요청해와 합리적인 방안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무위에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위도 내부에서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의당과 참여연대는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 처리 시도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정부 여당은 규제생태계를 파괴하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정말 혁신을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면 정기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지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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