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종호 기자] 폭염의 장기화로 농·축·산물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예년보다 열흘 가량 빠른 추석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농축수산물 수급과 관련 물가 동향은 추석 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대통령의 위기감 담긴 발언까지 나오자 정부가 내일(7일) 추가 수급 안정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가진 이낙연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정례 주례회동에서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가 지난달 23일과 이달 1일에 연이은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널뛰는 물가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15개 시·도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총 453만409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가축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북의 축산농가 피해 1만1412마리(닭 1만120마리, 오리 1250마리, 돼지 38마리, 소 4마리)도 포함된 숫자다. 지난해 여름 이맘때의 289만5000마리보다 56.5%(163만5409마리) 늘었다.
축종별로는 닭이 425만7068마리(93.9%)로 가장 많이 폐사했다. 오리 20만9018마리, 메추리 4만6000마리, 돼지 1만7819마리, 관상조 500마리, 소 4마리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농작물 피해도 상당하다. 지금까지 1016.9ha(헥타르·1㏊=1만㎡)에서 햇빛 데임(일소) 현상이 발생했다. 여의도 면적(290ha)의 3.5배에 이른다.
사과·포도·단감·복숭아·자두·배 등 과수밭 513.5ha(헥타르·1㏊=1만㎡)에서 과수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었다. 고추·수박·무·배추 등 채소밭 175.3ha, 인삼·깨·오미자 등 특작물 재배지 256.2ha, 콩·생강·옥수수 등 전작밭 71.9ha에서도 생육 장애가 나타나 올해 농사를 망쳤다.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보험금 기준)을 209억11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날 기준 2568개 피해 농가 중 374개에만 32억8800만원이 지급됐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농작물의 경우 적어도 예년보다 10~20%의 수확 감소가 예상된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해상에서도 급격한 수온 변화로 인한 수산물 피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남에서는 장흥 어가의 광어 13만여 마리, 함평 어가의 돌돔 8만여 마리 등 44만 마리가 폐사했다. 울산 울주군에서도 넙치 등 4만여 마리가 죽었다. 우리나라 전복 양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완도 역시 고수온으로 전복 집단 폐사 위기에 처해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올해 개화기 이상저온 현상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밥상 물가가 요동친다는 데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이날 발표한 '주요 농산물 일일 도매가격' 동향을 보면 무 가격은 개당 2581원으로 평년보다 119.9%, 한 달 전보다는 128.8% 뛰었다.
양배추는 포기당 4607원으로 평년의 119.1%, 전월의 231.2% 폭등했다. 배추는 포기당 3369원(평년의 19.5%, 전월의 84.5%), 시금치는 4kg당 6만520원(평년의 107.7%, 전월의 265.0%)으로 올랐다.
수박은 8kg짜리 한 통당 2만5083원으로 평년보다 57.4%, 복숭아(백도)는 4.5kg당 2만181원으로 35.7%, 포도(캠벨)는 5kg당2만3398원으로 32.7% 각각 급등했다.
닭고기는 kg당 1868원으로 21.0%, 소고기(한우·지육)는 kg당 1만8597원으로 6.9% 오른 상태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허정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팀장은 "개화기 저온 피해와 최근 폭염으로 올해 전체 과일 생산량은 감소해 배를 제외한 과일류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오를 전망"이라며 "과채류도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출하량 증가에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7일 농축산물 수급 안정대책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30억원 규모의 가뭄 예산을 자치단체별로 배정·지원하고, 폭염에 대비해 관개시설이 없는 밭에 농업용 관정 및 용수를 추가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석 물가까지 걱정할 만큼의 수급 우려는 지나치다"면서도 "기상 대응과 함께 농민과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가용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종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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