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중공업지주의 연결 실적에는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다. 올해 2분기에도 현대중공업이 2천억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지만, 현대중공업지주의 연결 실적에는 일부만 반영됐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8% 증가한 3천413억원을 기록했다.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의 배경으로는 ▲현대오일뱅크 및 현대일렉트릭의 실적호조 ▲유가상승에 따른 정유부문 영업이익 증가 등이 꼽힌다.
사명만 놓고 보면 현대중공업이 지주의 실적을 견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현대오일뱅크가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지주의 전체 매출 중 현대오일뱅크가 77.4%를 기록했다. 이어 건설기계가 13.1%, 전기전자가 7.2%를, 로봇이 1.0%, 글로벌서비스가 1.3%로 뒤를 이었다.
여기서 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실적은 지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을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면서다. 관계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지주의 연결실적에 지분법손익만 반영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1천75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지주의 현대중공업 보유 지분(27.74%)만큼 지분법손익으로 계산되면서 642억원 손실만 반영됐다. 지주가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현행법상 연결 편입에 큰 문제는 없지만, 지주는 내년 3월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지주사 전환을 위해 중공업의 수익 비중을 낮추고 정유 비중을 늘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여러 시나리오가 있지만, 지주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즉 지주사 가치를 높여 '실탄' 확보에 유리한 입장에 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 정유 부문으로 경영 무게를 집중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현대오일뱅크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오일뱅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권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현대오일뱅크 경영에 그룹 전체가 지원하는 모양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유∙석유화학의 비중이 3/4을 넘어서면서 종합 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정유∙석유화학사로 인식됐다"며 "향후 현대중공업이 지주의 연결대상으로 편입될 경우 조선부문의 실적 개선여부가 지주 실적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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