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길이 복잡해서 그런지 손님들이 상품 문의보다 다른 매장 위치를 물어보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18일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에서 만난 한 브랜드 매장 직원은 오전 내내 10명 이상의 고객들에게 "여기 위치가 어디에요?"라는 질문만 받았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날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둘러본 결과, 면세점 내부 구성이 뒤죽박죽인데다 층별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길을 걷다가 우왕좌왕하는 방문객들이 많았다. 3층 에스컬레이터 옆에 층별안내 기기와 안내원이 있었지만 방문객들이 위치를 찾는데는 크게 도움되지 않았다. 특히 안내원은 현재 층별로 어떤 곳이 오픈돼 있는지 충분히 인지하지 않고, 방문객들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명동점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자신감을 얻은 신세계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시내면세점이다. 20~30대 젊은 상류층 개별 관광객을 타깃으로 '영(Young)·트렌디(Trendy)·럭셔리(Luxury) 3가지 콘셉트 아래 350여 개의 브랜드를 갖췄다.
특히 전 세계 면세 최초로 영국 하이엔드 슈즈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과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세르지오로시'가 단독 입점됐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패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은 품목별 편집숍도 배치했다. 또 면세점 최초로 키덜트를 위한 캐릭터 편집샵 '볼케이노샵'이 들어섰으며, 다음달 JW 메리어트 서울이 재오픈하면 호텔과 연결되는 공간에 세계적인 니치 향수를 부띠끄 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이곳에서는 4대 명품 브랜드인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까르띠에' 매장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신 패션 잡화와 럭셔리 시계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켜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세계뿐만 아니라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월드점을 제외한 강남권 면세점 모두 명품 브랜드들의 입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말 오픈하는 현대면세점 역시 명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신규 면세점들이 명품 대신 화장품, 잡화 등으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K뷰티 성지로 만든 명동점에 이어 강남점은 K패션의 성지로 만들어 갈 계획"이라며 "전체 영업면적 중 국내 브랜드에 할애한 매장 공간만 36%로, 국내 면세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방문한 강남점은 패션보다 화장품 매장들이 더 눈에 띄였다. 화장품 코너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기존 면세점들과 달리 지하 3층부터 L층까지 곳곳에 화장품 매장들을 배치했으며, 브랜드 매장뿐만 아니라 '코리안 코스메틱스'라는 별도 공간도 곳곳에 마련해 중소업체들의 상품들을 빽빽하게 채워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파미에스트리트 분수광장을 지나 바로 면세점에 들어서자 에스컬레이터 옆에 커다란 3D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3D 미디어 파사드는 한국 대표 관광 명소와 전통 문화 등을 소개해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여기에 1층 안내데스크 맞은편에 있는 '스튜디오S'에서는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하며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업계 최초로 다양한 국적의 SNS 인플루언서를 공략해 마련한 공간으로, 셀카부터 라이브 방송까지 가능하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신세계는 중소·중견 브랜드 제품을 전 세계에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박준홍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장은 "스튜디오S는 우리나라 중소·중견 제품을 체험하고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꾸민 '상설 개방형 놀이터'"라며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의 가치를 소개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방문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독특한 구조 탓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었다. 1~3층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돼 있어 이동하기 편리한 만큼 쇼핑객들이 발 디딜 틈없이 몰려 각 매장마다 붐볐지만,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영세업체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한 지하 3층 매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지하 3층은 한국화장품과 신세계기프트샵, 한국지역홍보관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지상 1~3층, 다음달 오픈하는 L층과 달리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돼 있지 않고 엘리베이터로만 이동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2대에 불과했다. 백화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면세점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직원 출입증 없이 이용할 수 없었다. 일부 방문객들은 문이 열리지 않자 당황하기도 했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지상층과 달리 정돈되지 않아 어수선해 같은 강남점 점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은 강남점에 350여개 품목의 상품 중 30%는 참신한 중소기업제품을 입점시켜 중소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홍보한 바 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지상에 있는 매장과 달리 지하층은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엘리베이터로만 올 수 있어 방문객들이 없는 것 같다"며 "마치 구석에 박힌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상층에는 잘 나가는 브랜드, 지하층에는 잘 안나가는 브랜드 위주로 배치해뒀다"며 "여러 상황상 고객들이 이곳(지하층)을 전혀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중국인 쇼핑객을 우대해 라운지를 다양하게 갖춰놔 내국인 고객을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강남점에 마련된 라운지는 총 3곳으로, 중국 유니온페이 카드 이용자를 위한 '유니온페이 프리미엄 라운지'를 비롯해 VIP 고객을 위한 '퍼플 라운지', '블랙 라운지' 등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개별관광객들의 구매 단가가 높은 편이어서 이들을 위한 라운지 시설을 많이 마련해뒀다"며 "내국인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앞으로 내국인을 위한 라운지 공간도 더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오픈 초기인 만큼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젋은 고객을 겨냥해 곳곳에 감각적인 편집숍들을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주기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지상 1층에 팝업스토어를 따로 마련해 둔 것도 강점인 듯 했다. 또 '설화수' 등 기업들과 손잡고 단독 상품을 구성하거나, '마놀로 블라닉' 등의 브랜드를 면세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곳곳에 상품 차별화를 위해 신경쓴 모습도 보였다.
이로 인해 오픈 당일임에도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에는 쇼핑객들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특히 중국인 쇼핑객들이 단체로 다니거나, 매장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강남점 오픈을 앞두고 중국인 프로모션을 특별히 진행한 것은 없다"며 "중국인 쇼핑객들이 오픈 소식을 전해듣고 많이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점 오픈 초기 일 매출은 평균 3억 원을 기록한 명동점보다 높은 평균 5억 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픈 1년 후에는 연매출 5천억 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강남점 오픈을 계기로 강남 일대를 '글로벌 쇼핑 메카'로 키우고, 시장 점유율 20%대를 확보해 '면세점 3강 체제'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매출 1조를 돌파하며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 3조 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신세계가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며 면세사업에 진출할 지 6년만이다.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면세업계의 지형도를 새로 그리는 출발점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관광 허브의 중심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강남권역, 나아가 국내 각지와 연계해 신세계면세점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국내 관광 산업의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지렛대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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