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SK그룹 계열사들이 최태원 회장의 제1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 창출'에 발맞춰 경영목표 설정과 사업모델 창출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의 이같은 전사적 노력에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 모델은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각계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16일 SK그룹과 계열사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26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진행된 '2018 확대경영회의'에서 각 관계사에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 및 제도 설계방향에 대해 하반기 CEO세미나 때까지 준비하고 내년부터 실행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SK그룹은 기존조직에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전담조직을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 사회적 가치 추진과정에서 장애요인 규명 및 해결 방안 수립,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추진 등 각 관계사가 처한 상황에 맞게 조직을 새롭게 설계해 나가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 "더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면 경제적 가치가 일부 훼손돼도 좋다"고도 말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바텀라인(DBL)' 전략을 추진하는데 사회적 가치가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각 계열사,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 사활 "상생협력"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협력사 임금 공유' 모델을 '기본급 1% 행복나눔'으로 확대·시행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섰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12일 SK인천석유화학 본관에서 협력사 구성원 및 지역 소외계층에게 모금액을 전달하는 '1% 행복 나눔 협약식' 행사를 진행했다.
1% 행복나눔 기금은 구성원이 매달 기본급 1%를 기부하면 회사 역시 동일한 금액을 출연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조성된다. 전체 구성원의 98%(601명)가 기금 마련에 동참해, 총 5억2천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회사가 출연한 기금은 협력사 직원의 복지지원에, 구성원 모금액은 지역사회 공헌에 사용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에는 이사회 내에 지속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사회공헌위원회와 외부 전문가 및 교수 등과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달에는 안전·보건·환경 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해 공익재단 설립 및 운영에 10년간 약 35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또한 2차 협력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역량 향상과 동반성장을 위한 '반도체 상생 CEO 세미나'도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이 밖에도 SK하이닉스는 2·3차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경영 컨설팅 등도 시행하며 총 4천2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와 상생결제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달 SK테크엑스·SK커뮤니케이션즈·SK텔링크 등 자회사들의 경영기획·인사·홍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기업의 개념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들은 사회적 가치 관련 활동을 기획하고, 인사 담당자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가치 활동에 대해 평가하기로 했다.
◆정부·지자체로 확산되는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
SK그룹의 이같은 변신은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를 제1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와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빠르게 각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하고 있는 ㈜모어댄의 브랜드 '컨티뉴' 가방이 아이돌 스타들에 이어 정부부처 장관들이 잇따라 구매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최태원 SK 회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가방을 산 데 이어 최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컨티뉴 가방을 구매했다. 모어댄은 직원 상당수가 경력단절녀로 이뤄졌고, 가방은 가죽시트·안전벨트·에어백 등 자동차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들어진다.
김 장관은 한 일간지 칼럼을 통해 "이 가방에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성장시키겠다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의 열정이 담겨있다"면서 "한 때는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사회적 가치 실현과 기업이익 창출을 동시에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고 호평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 기조가 번지고 있다. SK는 코레일, 한국가스공사, 서울시 등과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와 지표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SK가 보유한 사회성과 측정체계 지표를 도입하고 사회적 제도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자는 내용이다.
SK그룹 측 한 관계자는 "안전과 상생경영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 최태원 회장의 철학"이라며 "현재 각 계열사는 영리만 추구하던 기존의 조직에서 완전히 탈바꿈해 새로운 조직모델로 개선하기 위해 준비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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