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한국에서 태동한 e스포츠 업계에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4월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e스포츠를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의 시범 종목으로 채택하겠다는 뜻을 알려 온 것.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첫 관문을 통과한 순간이다. 1990년대 말 동네 PC방에서 비롯된 e스포츠가 어느덧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메이저 경기로 발돋움한 것.
8월 자카르타 팔렘방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각국 명예를 건 e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출전, 열띤 활약상을 펼치게 된다.
아시안게임에 진출한 e스포츠 종목과 우리 선수들의 면모도 관심사.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에볼루션사커2018 ▲아레나오브발러(한국명 펜타스톰)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 ▲클래시 로얄을 만날 수 있다.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고른 분포를 보인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은 LoL-스타2서 금맥 노려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해 서비스 중인 리그오브레전드는 상대 적진을 먼저 파괴하는 진영이 승리하는 적진점령(AOS) 장르 게임으로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말 세계 각지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전통 스포츠를 뛰어넘는 열기로 '롤드컵'이라 불릴 정도다.
스타크래프트2는 1990년대말 한국에서 PC방 산업과 e스포츠를 본격적으로 일으킨 기념비적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이 게임은 '테란'과 '프로토스', '저그' 3개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해 상대와 치열한 전략·전술을 벌이는 묘미가 있다.
하스스톤 역시 블리자드가 개발한 카드 배틀 게임으로 '워크래프트'에 등장한 주요 캐릭터와 무기 등을 소재로 한 카드로 덱을 구성해 상대와 두뇌 싸움을 벌이게 된다.
아레나오브발러는 중국 텐센트가 만든 모바일 AOS 게임이며 프로에볼루션사커2018은 코나미가 내놓은 축구 게임으로 국내에서는 '위닝일레븐'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클래시로얄은 자신만의 덱을 구성해 상대 진영을 먼저 파괴하면 승리한다.
한국은 이중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e스포츠 지역 예선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동아시아 예선에서 두 종목에서 각각 1위를 달성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종목 국가대표로는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기인' 김기인, '스코어' 고동빈, '피넛' 한왕호, '룰러' 박재혁, '코어장전' 조용인 선수가 참가해 금메달을 노린다. 스타크래프트2 종목 국가대표는 '마루' 조성주 선수가 활약을 예고한 상황.
두 종목 모두 한국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메달 획득을 기대해 볼만 하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한국은 중국과 대만, 베트남,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와 경합을 벌이게 되며 스타크래프트2는 대만,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이란, 인도네시아와 본선에서 맞붙게 된다.
이상혁 SKT1 선수는 지난 2일 아이뉴스24와 만나 "2018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우승을 따내겠다"며 리그오브레전드 종목 금메달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날로 커지는 e스포츠 시장
e스포츠는 일렉트로닉 스포츠의 줄임말로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게임을 사용해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를 가리킨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 2조 1호는 '게임물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간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 활동'을 e스포츠로 정의하고 있다.
게임을 활용하는 만큼 e스포츠는 그 폭도 다양하다. 실시간 전략(RTS)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던 e스포츠는 최근에는 1인칭 슈팅(FPS), 적진점령(AOS), 배틀로얄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속속 가세하는 추세다.
시장 규모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외 여러 시장 조사 기관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연평균 28%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 오는 2020년에는 15억달러(1조6천72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나아가 올림픽까지 e스포츠 종목이 인정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대목은 이러한 e스포츠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해외에 널리 알린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점이다. 동네 PC방과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통해 출발한 e스포츠는 이후 각종 프로리그와 개인리그가 생겨나며 본격적으로 팬층을 끌어모았다.
국내에서 출발한 e스포츠 대회룰이나 방식은 해외에서도 그대로 벤치마킹할 정도.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하지 않은 이유다.
◆'e스포츠 종주국' 무색…진흥책 모색해야
이처럼 한국에서 태동한 e스포츠가 나날이 그 위상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주어진 숙제도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을 위시한 해외 국가들의 e스포츠 투자 규모가 날로 확대되면서 e스포츠 종주국의 입지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
특히 중국은 압도적인 자본을 앞세워 국내 e스포츠 선수들을 흡수하며 자국 리그의 인지도를 공격적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반면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채택됐지만 정작 한국은 선수단을 파견하지 못할 뻔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체육단체에 속한 단체가 선발한 선수에만 참가 자격이 부여되는데, 한국e스포츠협회가 선수 등록 마감 시점에 임박해서까지 가맹이 이뤄지지 않는 촌극이 빚어진 탓.
e스포츠 팬들과 정치권의 직접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나서야 겨우 한국e스포츠협회가 준가맹 자격을 얻긴 했지만 이번 사태는 e스포츠를 바라보는 기존 스포츠계의 시각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장 여전히 e스포츠를 '아이들의 놀이' 쯤으로 여기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을 넘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거론되다.
실제로 이번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채택을 시작으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에 채택된 데 이어 국제 e스포츠 단체들은 2024 파리 올림픽의 정식 출전 종목 인정을 꾀하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을 개선하고, 관련 산업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 논의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종주국의 입지를 이어가고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e스포츠 먹거리 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현재 특정 게임에 쏠려있는 e스포츠 시장의 다양성 확보, 선수 처우나 스폰서십 등에 대한 개선을 통해 e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국제 무대에서 발언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e스포츠가 글로벌 산업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과 일부 청소년 층에 국한된 문화였다면 이제 e스포츠는 하나의 정식 스포츠 영역에 들어와 엄청난 산업적 가능성을 가지게 된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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