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오미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28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또 다시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 싸움만 하다 끝이 났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무성 의원의 탈당과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고, 복당파 중심의 비박계 의원들은 "누가, 누구보고 나가라고 하느냐"고 반발했다. 김무성 의원은 '외부 일정'을 이유로 의총에 불참했다.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열린 의총은 김 권한대행의 모두발언과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의 인사말 후 비공개로 전환될 예정이었지만, 친박계 김태흠 의원이 "공개로 하자. 어차피 여기서(의총에서) 나오는 것들 다 (언론에) 나오던데, 왜곡돼서 나가는 것보다 공개로 하는 게 좋겠다"면서 "원내 협상에 관련된 것만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해 공개 발언이 시작됐다.
정용기 의원은 김 권한대행의 당 운영 방식이 "독선적"이라고 비판하며, 지난 22일 새벽 김 권한대행으로부터 '협박성 문자'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정 의원은 "새벽에 집 사람이 (문자를 보고) '당신 무슨 잘못을 했느냐. 무슨 일 당하는 것 아니냐'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권한대행이 단식도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나를 믿고 따르지 않는 사람은 개혁에 대한 저항이고, 친박 망령이다,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게 의회주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일종 의원은 마지막 계파 종식을 위해 김무성 의원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서청원 의원이 (당을) 나가셔서 친박이 소멸됐다"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계파를 없애기 위해 복당파 대표인 6선의 김무성 대표가 탈당을 해주시면 우리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의원은 "우리가 비대위 체제로 가더라도 원내대표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김 원내대표는) 중립을 지킬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면서 "김성태 권한대행은 2선으로 물러나 비대위가 굴러가는 걸 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무기한 미룬다고 능사가 아니다. 최대한 앞당겨서 (당 상황을) 결론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서청원 대표한테 '당신 물러나야 한다'고 전화해서 말했더니 물러났다"면서 "비박 상징인 김무성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복당파, 자중하라"면서 "명분과 논리도 없이 (당을) 왔다 갔다 한 것 아니냐. 오히려 유승민과 함께 했던 사람들이 소신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 권한대행을 향해서도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서 왜 주도적으로 당의 방향을 잡고 이끌어 가려고 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장우 의원은 "우리가 계파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중에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발견됐고, 거기에 과거 계파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가 앉아있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면서 "(친박) 수장이었던 서청원이 당을 떠났으니, 김무성 대표도 결단을 해야 한다"고 탈당을 촉구했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윤상직 의원은 "불쾌하기 짝이 없던 박성중 의원 메모 사건에 김무성 의원이 계파 좌좡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면서 "김무성 의원은 해명을 하든 용단을 내리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을 향해서도 "신뢰를 잃었으니 비대위 문제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원 사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밝힌 홍문종 의원은 "솔직히 친박이 어딨느냐. 다 죽이지 않았느냐. 이제 친박·비박이 아니라 이념으로 당을 나눠야 한다"면서 "안 되면 분당이라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어 김 권한대행 거취와 관련, "의총을 열어 투표라도 해서 책임질 게 많다는 의견이 많으면 물러나고, 계속 하라는 의견이 많으면 계속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는 반발했다.
김영우 의원은 "다들 책임이 있다"면서 "누구 물러가라, (물러가지)마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은 "서청원 의원이 우리 당을 나간 것은 안타깝지만,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에게 나가달라고 하는 것도 안타깝다"면서 "다시 하나로 뭉쳐진 한국당에 다른 보수 인재들이 올 수 있게 함께 만드는 게 우리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용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는 피해자인데,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나가라고 하느냐"면서 "김 전 대표는 일 년여를 대통령 후보에서 1위를 했던 사람인데, 민주당이 김 전 대표를 죽였냐. 내부에서 총질해서 죽인 거 아니냐"고 반발했다.
강석호 의원은 "까짓거 뭐 안 맞으면 다른 당처럼 서로 갈라질거냐 이런 결론을 또 내든지"라며 친박 홍문종 의원의 '분당'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다.
홍철호 의원은 "김성태 권한대행을 사퇴시키면 원 구성 등은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왜 '너 죽으라'고만 하냐. 전부 불출마 각서를 써서 비대위원장한테 내는 것도 토론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예 친박, 비박 배지를 달고 다녀라. 우리 같이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어쩌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의총은 7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3시간 동안 공개로 진행된 의총은 이후 한 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비공개 의총에서도 당 진로 논의는커녕 계파 싸움만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오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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