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혁신적인 드론 서비스 사업이요? 언감생심이란 말 밖에 안 나옵니다."
한 드론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만 해도 강북지역 대부분이 군사보안 등의 이유로 비행금지 구역이다, 한강 광나루공원 같은 비행허가지역에서도 150m 이하로 띄워야 한다, 카메라를 부착한 드론은 원칙적으로 신고 대상이다. 드론업계가 열거하는 규제 내용은 끝이 없다.
드론은 정부가 지정한 혁신성장 대표 신산업 분야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ICT 인프라가 갖춰진 상당수 나라들에서 드론은 군사·보안·택배·운송, 심지어 식당 내 서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되는 추세다.
정작 국내에선 드론 비행 자체에 대한 수많은 규제가 존재하는 데다 안전기준, 기술규격, 개인정보보호 등 가이드라인조차 부재한 형편이다. 국내 드론업체 1천200개 중 수익을 내는 곳은 불과 10여곳. 복잡한 규제와 함께 제도 미비가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출현을 가로막는 전형적인 사례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핵심 경제기조로 강조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핀테크, 지능형 네트워크 등 신산업 분야 육성을 통해 대량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 핵심 과제가 규제혁신이다. 신산업의 출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장벽을 제거, 융합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창업시도들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대통령 주재 관계부처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불과 3시간을 앞두고 연기된 점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1차 회의 당시 규제개혁 방안의 후속대책을 논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가시적이고 진전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보고 이후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결여된 상황에서 회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로, 최근 고용지표 악화와 경기침체 우려를 두고 혁신성장 기조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발 벗고 나선 靑, 낮잠 자는 국회
국무조정실을 필두로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규제혁신 차원에서 신산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한시적인 규제유예) 도입을 결정했다. 드론과 같은 ICT 신산업 분야 벤처, 스타트업이 기존 규제의 제한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재 국회엔 행정규제기본법,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특별법, 지역특구법 등 규제 샌드박스 관련 5개 법이 계류 중이다. 국민안전, 사행성 방지 등 몇 가지 원칙을 제외하고 대부분 인정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원칙 아래 사후규제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법안들이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된 이후 제대로 된 심사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 의사일정을 조정할 국회의장은 물론 실질적인 법안 심사를 진행할 상임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임기도 지난 5월말까지 모두 끝났다.
특히 6월 들어 지방선거 이후 주요 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정치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선거패배 결과를 두고 계파갈등이 확산되면서 후반기 국회를 운영할 여야 원 구성 협상에서도 당내 사정을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국회에선 27일 여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 회동 이후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한 원 구성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원 구성 이후에도 실질적인 법안 심사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당 관계자는 "원 구성이 이뤄져도 7~8월은 국회가 휴지기로 접어든다"며 "본격적인 법안 심사는 9월 정기국회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실제 사업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각 산업마다 유독 규제가 많은데 법적인 부분에선 국회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며 "법이 정비되도 갈 길이 먼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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