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유령주식 매도, 미결제 규정위반…. 두 달 새 국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대형 금융사고의 공통분모는 공매도다. 전자가 있지도 않은 주식을 내다 팔아 자본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혔다면, 후자는 결제 불이행의 발각 사례로 무차입 공매도의 현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잇따른 사고에 금융당국도 분주히 움직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은 삼성증권 배당사고의 후속 조치 격으로 지난달 말 '주식 매매 제도 개선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당시 김학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우리나라에 무차입 공매도는 없다"며 논란을 일축한 지 이틀 만에 골드만삭스 결제 불이행 사고가 터지긴 했지만 말이다.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의혹을 조사 중인 금감원은 그 기간을 한 주 더 연장해 주식 대차와 공매도 주문의 적정성 점검에 한창이다.
그래서 얼마나 달라졌을까. 유의미한 변화는 없어 보인다. 법적으로는 금지돼 있다 해도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현 주식거래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공매도 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식 차입 여부를 유선이나 전산 상으로만 간단히 확인해 온 건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무차입 공매도 후 결제일인 2거래일 오후 4시 전까지만 주식을 준비해 결제를 진행하면 시스템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각에선 '무차입'임을 뒤늦게 안 증권사가 투자자 대신 주식을 구해 결제 불이행을 막는단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는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올 들어서는 그 비중이 5.5%로 감소했지만 이는 올해 전체 주식 거래량이 늘어난 때문이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공매도 시장에서 거래된 금액은 하루 평균 5천762억원에 달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 주식거래 시스템은 무차입 공매도를 사실상 용인한다. 과징금 규모나 처벌 수위는 또 어떤가. 금융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는 곧 생명이다. 투자자가 불신하는 금융투자란 존재할 수 없다. 이미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100건을 넘어섰다. 점점 그 영향력을 넓혀가는 공매도 거래 시스템의 대대적인 손질이 절실한 이유다. 무차입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전산 시스템 구축과 강력하고도 실효성 있는 규제가 답이다. 당장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선 무차입 공매도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일 아닌가.
한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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