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이영웅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세 아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의 향후 경영승계 방법에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그룹이 최근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부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이 한화S&C를 흡수하고, 합병 후 한화S&C 최대주주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합병사 지분 중 11.58%를 3자에게 매각, 지분율을 10%대로 낮추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관련 업계에선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의 그룹 지배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들의 지배력을 높일 최적의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로서는 세 사람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을 활용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을 직접 받는 방식으로 압축된다.
◆㈜한화-에이치솔루션 합병
3형제가 보유한 에이치솔루션 지분 활용 방법으로는 불완전하지만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와의 합병이 유력하다. 최근 방산업체 한화시스템과 시스템통합(SI)업체 한화S&C가 합병을 결정했다. 때문에 비슷한 구조의 ㈜한화(방산)와 에이치솔루션(SI)의 합병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에이치솔루션의 역사적 의미를 따져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에이치솔루션의 전신은 한화S&C로, 2001년 3월 설립된 업체다. 한화S&C는 설립 당시 ㈜한화가 40만주(20억원), 김승연 회장이 20만주(10억원)를 각각 출자해 만든 곳이다. 이후 ㈜한화와 김승연 회장이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3인 체제의 지분구조가 확립됐다.
2005년 4월 김동관은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40만주(66.7%), 김동원·동선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20만주를 10만주씩(16.65%) 사들였다. 그해 5월과 2007년 11월 등 두 번의 증자를 통해 김동관이 50%, 김동원·동선이 각각 25%씩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3형제가 100% 지배하는 곳인 만큼 한화S&C는 향후 경영승계를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화S&C는 2017년 10월 물적분할을 했다. 에이치솔루션이 존속회사가 돼 신설회사 한화S&C를 100% 지배하는 구조였다. 이로써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의 한화S&C 지분(100%)은 에이치솔루션 지분으로 바뀌었다. 결국 에이치솔루션을 경영승계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회사 규모만 따졌을 때 ㈜한화·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은 3형제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으로 ㈜한화는 자산 7조4천793억원, 부채 4조2천650억원, 에이치솔루션은 자산 6천319억원, 부채 2천212억원이다. 자산규모로는 ㈜한화가 에이치솔루션의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실제 ㈜한화가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질 경우, 3형제는 별도의 돈을 들이지 않고 ㈜한화의 지배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22.65%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김동관이 4.44%, 김동원·동선이 각각 1.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합병 시 상장사 ㈜한화는 가중산술평균종가(1개월·1주일·최근일 종가 평균)로, 비상장사 에이치솔루션은 별도기준 최근 3개년(2015~2017년) 수익가치 및 최근 연도(2017년) 자산가치를 기반으로 합병가액을 산출한다. 15일 기준 예상 합병가액은 ㈜한화 약 3만5천950원, 에이치솔루션 약 17만500원이다.
합병가액을 바탕으로 계산된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흡수합병비율은 약 1대 4.74이다. 이는 에이치솔루션 지분 100주를 가지고 있을 경우 흡수합병 시 ㈜한화의 신주 474주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에이치솔루션 지분 250만주를 보유 중이다. 김동원·동선씨는 각각 125만주씩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화와 에이치솔루션 합병 시 김동관 1천185만여주, 김동원·동선 각각 592만여주의 ㈜한화 신주를 받게 된다. ㈜한화의 김동관 지분은 4.44%에서 15.39%, 김동원·동선은 각각 1.67%에서 7.27%로 확대된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은 17.21%가 된다.
이 과정에서 ㈜한화는 손자회사인 한화시스템-한화S&C 합병사 지분을 새롭게 가지게 된다. 완벽한 지주사 형태를 갖추기 위해선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하게 될 한화시스템 합병사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한화시스템-한화S&C 합병 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합병 신주 52.91%를 받게 된다. 한화S&C의 최대주주 에이치솔루션(55.36%)은 한화시스템 합병 신주 26.07%를 받게 되는데, 이 중 11.58%를 93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반영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하게 될 한화시스템 합병사 지분 52.91%의 가치는 약 4천3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화가 에이치솔루션 흡수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유 한화시스템 합병사 지분 확보까지 완료하면 사실상 지주사 전환 작업은 마무리 된다. 또 3형제는 별도의 자금 투입 없이 ㈜한화 지분을 15% 이상 추가로 늘리는 효과까지 생긴다.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은 지주사 체제를 확립하는 동시 오너 일가, 특히 경영승계를 앞두고 있는 3형제의 지주사 지배력을 손쉽게 확대하는 등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초석인 셈이다.
◆김승연 지분 직접 상속…상속세 3천억원
한화그룹 지배구조에서 ㈜한화는 핵심적인 위치에 놓여있다. ㈜한화는 화학무기 관련 제조업체로 1952년 10월 설립됐다. 2000년 전까지 ㈜한화의 최대주주는 한화유통이었다. 한화유통은 2002년 12월 말 지분을 김승연 회장에게 팔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었다.
㈜한화는 올해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32.68%), 한화케미칼(36.13%), 한화건설(100%) 등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지주사 형태를 띠고 있다. 2002년부터 최대주주가 된 김승연 회장은 현재 ㈜한화 지분 1천697만7천949주(22.65%)를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태경화성(100%), 한화이글스(10%), 한화역사(0.71%), 한화인베스트먼트(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4곳 모두 규모 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한화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3형제가 향후 경영승계를 하기 위해선 ㈜한화 지분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이 어려울 수 있다. 현재 김승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화 지분은 30% 중반에 불과해, 합병 추진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의 반발에 저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3형제는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을 직접 받는 수밖에 없다.
15일 종가(3만5천350원) 기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보통주 지분 가치는 6천2억원이다. 2018년 재산의 무상이전에 부과되는 증여세(생전)나 상속세(사후)의 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시 50%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한화 지분 증여(상속) 시 3형제가 내야할 세금은 약 3천1억원에 달한다.
한상연기자 [email protected],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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