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종호 기자] '홍대 몰카 유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성(性)차별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2차 시위가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법 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측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해야 한다"며 "법정 앞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눈을 가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오히려 피해자 앞에서 눈을 가리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범죄수사와 구형과 양형에까지도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에서 공권력이 수호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이 아닌 남성의 안전"이라며 "남성 누드모델 몰카 유출사건으로 한국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시민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2000명(주최측 추산 3만명)이 참가해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이화로터리까지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대전·광주·창원·천안·평택·울산 등에서 버스를 대절해 상경한 참가자들은 1차 시위 때처럼 빨간색 티셔츠·모자·마스크·가방 등을 착용했다. '빨강'은 편파 수사에 대한 분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무죄추정 남(男)가해자, 무고추정 여(女)피해자' '무X유죄 유X무죄' 등의 피켓을 들고, 남성중심적 수사 행태를 강력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남성 경찰청장과 남성 검찰총장을 파면하고 여성 경찰청장과 여성 검찰총장 선출할 것, 여남 경찰 비율 9:1을 요구했다. 또 유튜버 양예원 스튜디오 촬영회 사건과 관련해 불법촬영물 유포자·다운로더·불법촬영 카메라 판매자 및 구매자·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수사 등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삭발식도 진행됐다. 이 퍼포먼스에 참여한 6명 중 3명이 머리를 완전히 밀었고, 다른 3명은 긴 머리를 짧게 잘라냈다. 주최측은 "전세계 모든 시위에서 삭발은 강력한 의지와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우리는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삭발이라는 행동으로 우리 뜻을 보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삭발에 동참한 한 여성은 "동생이 커가면서 세상이 규정하는 여성서을 자기 코르셋에 적용해 화장을 하고 머리를 기른다"며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 동생이 코르셋을 벗고 여성을 사람으로 보는 세상에 살게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삭발 참가자는 "자르고나니 별 거 아니다. 여성들이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경찰청장에게 보낼 편파수사 규탄 편지를 각자 써온 뒤 편지봉투를 흔들며 퍼포먼스를 펼쳤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해당 편지를 우체통이나 주최 측이 마련한 상자에 넣어 경찰에게 그들의 의사를 직접 전달했다.
이들은 남성 불법촬영 범죄자 10명 중 8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고, '우리는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수사원칙 무시하는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대가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에는 '경찰도 한남충'이라는 가사가 포함됐다. 남성이 몰카를 찍는 모습을 '미러링'하는 퍼포먼스로 몰카가 얼마나 잘못된 행위인지도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홍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 투입된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이 남성혐오사이트 '워마드'에 올라오면서 촉발됐다.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 사진을 촬영하고 유포한 동료 모델 안모(25·여)씨가 구속기소돼 조만간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 몰카 사건에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찰이 남성 피해자가 등장하자 전격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이철성 경찰청장은 "사법 적용에 성차별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전종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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