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국민연금이 11번가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11번가가 3년 만에 투자유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에 총 5천억원 규모의 신규 전환우선주(RCPS·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을 상환 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Q가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에 국민연금·새마을금고 등이 5천억원을 출자해 SK플래닛 지분 15~20%를 인수하는 구조로, 최종 투자여부는 이달 중순 열리는 국민연금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투자유치가 성공하면 11번가가 투자자를 찾아 나선 지 3년만에 거둔 성과가 된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2016년 중국 최대 민영투자회사인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와 1조3천억원 규모의 투자 협상을 벌였으나 사드 악재로 최종 무산됐다. 지난해엔 SK플래닛에서 11번가 사업부를 분사한 후, 롯데·신세계 등에 지분 50% 안팎을 넘기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경영권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좌초됐다.
이번 협상이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조건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적자요인'으로 여겨졌던 11번가에 대한 그룹의 인식 전환이 영향을 미쳤다. 당초 SK텔레콤은 11번가를 완전히 매각하려 했지만, 최태원 SK 회장이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까지 진출한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깊은 인상을 받으면서 지분 투자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만남도 한몫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지난해 박 대표가 마윈 회장을 만나고온 후 '알리바바가 이커머스기업인 줄 알았는데 데이터기업이었다'고 말했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ICT사업에 꼭 필요한 부분인데, SK텔레콤에서 쌓을 수 있는 데이터는 매우 한정적이다. 반면 11번가는 고객이 어떤 상품을 선호하고 싫어하는지 등의 종합적인 정보를 수시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SK그룹의 미운오리로 여겨졌던 11번가가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백조로 재주목 받으면서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투자자(FI)를 찾게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번 투자를 계기로 11번가가 SK플래닛에서 별도 사업부로 분사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SK플래닛이 H&Q에 발행할 RCPS는 향후 11번가가 기업공개(IPO)되는 시점에 신주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분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투자회수시점에 11번가를 분사해 IPO를 하거나, 애초에 11번가를 분할한 후 RCPS를 발행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면서 올 하반기 11번가를 SK플래닛에서 떼어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며 "만약 투자와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11번가의 IT서비스 역량이 높아지며 국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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