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방통위가 보유한 콘텐츠 진흥 관련 예산이 거의 없다." "한류 주춤하고 있는 이유는 주도해야할 방통위의 진흥기능이 충분치 않아서다."
23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제24차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2019년도 예산안 및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운용계획안에 관한 건을 의결하는 도중 이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발단은 2019년도 방발기금으로 운영되는 증액사업 중 지역 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방송통신 국제협력 강화 부분에서 불거졌다.
지역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는 지난해보다 증액된 7억7천만원 수준이 투입된다. 어려운 지역중소방송사들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이는데 해마다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 중소방송사 역시 방발기금을 내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방통위는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으로 콘텐츠 진흥 관련 예산 부족을 꼽았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향후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콘텐츠 또는 방송진흥사업에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이날 회의에서는 방송통신 국제협력 강화 사업으로 남북방송교류가 화두에 올랐다.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은 남북방송통신 관련한 예산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사업을 구체화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최근 남북기류에 따라 증액 편성됐다.
이와는 별개로 국제협력을 남북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넓혀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콘텐츠 교류 협력에서 더 나아가 절대빈곤이나 계층간 불평등, 기후와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등 글로벌 공통의 문제들에 대한 국가간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도 상임위원들은 방통위가 제 역할을 보다 잘 할 수 있도록 예산 계획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과, 근본적으로 진흥 기능을 가져와 더 많은 예산이 확보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부 조직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합의제 규제기관인 방통위 내부에서 진흥기능 강화 등 주장이 예상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고삼석 상임위원은 "국제회의 등을 참석하게 되면 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집중한다"며 "정작 방송분야 국제교류를 진흥부처가 아닌 규제 부서에서 하고 있는 형국인데 내년 예산안에서 방통위 역할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통위가 방송분야 국제협력 강화를 위해 주도권을 쥐려면, 그에 따른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 역시 진흥 기능을 가져와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표철수 상임위원 역시 "아쉬운 것은 세계방송콘텐츠 시장에서 한류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주도해야 할 방통위가 진흥 기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활동을 제대로 못한다"며, "예산확보가 안되는 것은 응당 있어야할 진흥 기능이 없어서고, 이 예산을 보면 예전 방송위원회보다 훨씬 적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보통신부가 폐지되고, 방송위원회가 이와 결합되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됐다. 정보통신부 인력 일부도 방통위로 유입됐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가 방통위의 방송통신진흥 관련 부분을 가져가, 규제기관으로 역할이 정립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흐름상 방송과 통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어 진흥과 규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 방통위의 진흥기관 역할 재정립 문제는 차기 정부 조직개편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앞서 지난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진흥과 규제 주무 기관 역할 확대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내년 46개 세부사업에 2천312억원 투입
방통위가 이날 발표한 2019년도 예산안 및 방발기금 계획안은 국가재정법 제31조 및 제66조에 따라 심의 의결을 거쳐 완성됐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4월 30일 부처별로 지출한도를 통보했으며, 방통위는 과기정통부와 함께 방송통신발전기금운용심의회를 열고 지난 21일 기금운용 계획안을 심의했다. 방통위가 이를 의결함에 따라 오는 25일 기재부에 제출된다. 기재부는 이를 포함한 정부안을 9월 2일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번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세입은 1조2천107억원이다. 일반회계 505억원, 방발기금 1조1천602억원이다. 기금수입은 과기정통부 소관 수입을 포함한 전체 금액이다. 내년 세입은 올해 대비 45% 증가했다. 각각 일반회계는 59.3%, 방발기금은 44.5% 증가했다.
증가 요인은 우선 방송사 법정 분담금 징수액 추계가 1천974억원으로 IPTV사업자의 징수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대비 8.8% 올랐다.
또 주파수 할당 대가 징수액 추계는 7천433억원으로 5G 주파수 신규할당 요인으로 올해 대비 109.9% 증가가 예상된다. 이외 정부내부수입 및 여유 자금회수 등 기타 수입이 2천195억원으로 올해 대비 478억원 감소가 전망된다. 세출은 2천312억원으로 일반회계 566억원, 방발기금은 1천746억원이다. 올해 대비 64억원이 감소됐다.
주로 46개 세부사업에 투입된다. 신규사업 4개, 증액사업 18개, 감액사업 6개, 전년과 동일한 사업이 18개다.
신규 사업으로는 방송시장 상생환경 조성에 5억원이 투입된다. 개인정보보호 전문가 육성체계 구축에는 24억1천만원이 들어간다. 방송통신 규제분석 및 규제설계지원에는 2억원이, 전기통신역무 합리적 규제체계 구축에는 5억원이 쓰인다.
증액 사업으로는 방송통신 국제협력 강화, 시청자 권익보호 및 참여 활성화, 지역 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재난관리 및 개인정보보호 강화 등이다.
반면 재정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재정사업 자율평가 미흡사업 및 외부기관 지적사업 등으로 249억원이 감액됐다. KBS대외방송 송출지원, EBS방송 인프라 개선 부분이 해당된다. 특히 아리랑 꾹제방송지원은 269억6천만원에서 내년에는 136억5천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출한도와 별도로 제출된 국민참여예산은 청각장앵인용 자막 수어 시스템 개발로 15억원이 책정됐다. 다만, 8월 국민참여단의 투표로 인해 최종 결정된다. 기재부가 이를 9월에 포함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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