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 A씨는 전자제품 전문 매장을 찾았다가 "월 4만9천900원에 10년 상조 적금 상품에 가입하면 양문형 냉장고를 100만원 할인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마음이 동했다. 판매원은 납입식 적금 상품으로 10년 사이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100% 환불이 된다며 가입을 권했다. 상조 서비스에 가입한 A씨는 약관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해당 상품이 적금, 보험 등의 금융상품에 속하지 않는 데다 환급금도 납입액 전액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상조 서비스 할부상품을 적금이나 보험인 것처럼 속여 파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여전히 고가의 가전제품 등을 미끼로 상조 서비스 가입고객을 늘리는 중이다. 선납금을 보험료로, 환불금을 보험금처럼 속이는 통에 '상조 적금' '상조 보험'으로 홍보한 상품이 사실 선불식 할부 방식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상조 상품은 적금이나 보험과 같은 금융 상품이 아니라 선불식 할부 상품이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여행 상품처럼, 미래에 일어날 무형 서비스에 대한 금액을 쪼개어 납부하는 방식이다. 법적으로도 보험업법이 아니라 할부업법에 속한다.
일정이 정해진 여행 상품과 달리 상조 상품은 할부 납입 기간 중 장례 서비스를 받지 않은 채 납부가 완료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으니 납입 할부금을 돌려 주어야 하는데, 이 환불 금액을 마치 적금 수령액이나 보험금처럼 둔갑시킨 셈이다.
자연히 적금이나 보험의 보장 내용과는 확연히 다르다. 적금, 저축성 보험은 예금자 보호를 통해 원금 5천만원까지를 보장한다. 만기시 수신 금액 전액을 돌려준다. 하지만 상조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지도 않고, 납입금에서 영업비와 관리비를 15% 제한다. 85%만 환급해도 법적 규제 내에서 ‘100% 환급’이 된다. "납입금을 100% 돌려준다"는 광고문구에 15%의 꼼수가 숨어있는 셈이다.
상조회사가 문을 닫으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망은 고작 50%다. 이마저도 금융권에 선수금 납부 규정을 잘 따른 상조사에 한한다.
상조사의 부실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폐업한 상조사는 5곳이다. 2010년 337개사였던 등록 상조사는 올해 3월 말을 기준으로 158개만 남았다. 절반이 넘게 문을 닫은 셈으로 이들에게 돈을 맡겼던 소비자가 납입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상위 10개 대형사도 8곳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이란 만성적인 적자로 회사의 자본금을 까먹으며 운영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현재 자본잠식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이를 이유로 아예 폐업을 택하는 상조회사도 등장했다. 올해 1월에는 법적인 절차 없이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하는 배째라 영업도 여러 건 적발됐다.
상조업체는 폐업·등록 취소가 됐을 때 선수금 50%를 지급할 수 있도록 예치할 의무가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해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상조업체 중 공정위로부터 시정권고 이상의 조치를 받은 업체들의 위반유형은 대부분(87.5%) 선수금 미보전이었다.
보험사에서 취급하는 ‘상조보험’이 없지는 않다. 다만 2015년을 전후해 수익성 악화를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
냉장고·세탁기 등 고가의 가전제품 할인에 흔들렸다면 표준약관과 은행 이율을 헤아려봐야 한다. 5만원 납, 10년 만기 상품에 가입한다면 납입액은 600만원이다. 금리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은행 적금에 들었다면 현 기준 90만원 가량의 이자를 수령할 수 있다. 상조상품의 환급금이 85%인 경우 수령액은 이자 한 푼 없는 510만원이다. 적어도 180만원 이상의 손해가 난다.
상조상품을 중도해지라도 하는 날에는 손해액이 더 커진다. 고가 제품의 할인액을 돌려줘야 함은 물론 상조상품 할부금도 계약해지 위약금을 지불해야 돌려받을 수 있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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