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게임에서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면 사행성 조장일까. 이 경우 국내 서비스는 할 수 없을까.
최근 국내에서 게임에 암호화폐를 연동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물 사후 관리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심 조장을 우려해 이의 검토에 나서 주목된다.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파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것처럼, 현금성 재화인 암호화폐가 탑재된 게임의 경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이 매겨지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본격화된 암호화폐 연동 게임이 국내에서 안착되려면 적잖은 진통도 예상되는 대목. 업계가 게임위 판단에 주목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행성'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지난 11일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픽시코인'을 도입한 모바일 게임 '유나의 옷장 포 카카오(이하 유나의 옷장)'에 대해 이 같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게임이 이용자의 사행심을 조장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피겠다는 것.
플레로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유나의 옷장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패션 소재 게임으로 플레이 및 이벤트 보상 등으로 픽시코인을 이용자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상용화 중인 게임에 암호화폐가 적용된 첫 사례다.
또 픽시코인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로, 중국에 서비스 중인 유나의 옷장에서 선 도입된 바 있다.
게임위는 게임 콘텐츠 또는 이벤트를 통해 경품(암호화폐)을 제공하는 경우 이를 사행심을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제재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법률적 해석에 따라 사행성 조장 행위로 볼 수 있어 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유권해석을 받고 조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약 제재가 이뤄진다면 그 수위가 어디까지일지도 관심사. 현재로서는 서비스 자체가 금지되기보다는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고 국내 서비스가 허용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돼 운영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게임위는 "게임머니가 거래되는 제3의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운영되고 있듯, 암호화폐 게임물도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에 암호화폐 적용 추세, 국내는 제동?
게임위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게임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게임위는 올해 1월 상위권 이용자에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상시 진행한 모바일 게임 '디그랜드'에 대해 시정 요청을 한 바 있다.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3호'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게임은 게임위 시정 요청을 받아들여 국내에서의 이벤트를 중단한 상태다.
다만 디그랜드의 경우 이벤트를 통해 암호화폐를 지급한 방식인데 반해, 유나의 옷장은 게임 내 콘텐츠로 암호화폐를 직접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한빛소프트를 비롯해 국내 다수 게임사들이 암호화폐를 게임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준비 중인 가운데, 유나의 옷장에 대한 게임위의 조치는 앞으로 이들이 따라야 할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게임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과도한 제재가 이어질 경우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암호화폐 기반 게임이 국내에서는 출발선상에도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바다이야기'라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미래 콘텐츠를 막으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게임에 암호화폐 등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장려하고 촉진해야 할 판에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게임에서 획득한 암호화폐가 제3의 영역에서 환전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며 "게임위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연동 게임에 대한 본격적인 제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동안 급격히 발전해온 게임 산업의 특성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