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법인 상당수가 나란히 지난 1분기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특히 동남아시아·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다. 다만 중국에서는 양사 모두 현지 업체들과의 가격경쟁력 등에서 밀리면서 실적 악화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서 실적 회복…중국서는 적자전환
삼성전자의 해외법인 다수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상당히 개선됐다. 특히 전자제품 판매를 총괄하는 미국법인(SEA)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 2천92억원으로 전년 동기 -377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70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회복세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지난 2015년 이후 매년 당기순이익이 줄다가 지난해 결국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법인 적자에 대해 마케팅 비용 지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의 통상압박 여파가 미국법인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큰 폭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미국법인의 실적 회복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9 조기출시의 영향이 컸다"며 "갤럭시S8 등 기존 제품들도 판매가 견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에 있는 주요 법인들도 나란히 실적 상승폭이 컸다. 베트남에서 가전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72% 증가한 6조1천억원의 매출, 6천9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호치민에 위치한 Samsung Electronics HCMC CE Complex도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매출 9천340억원, 134% 증가한 당기순이익 805억원을 달성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도 매출 4조5천670억원, 당기순이익 3천526억원으로 각각 102%, 572% 급등했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베트남 타인위엔성(SEVT)은 매출 7조5천136억원, 당기순이익 8천35억원으로 소폭 실적이 올랐다.
가장 실적 개선 폭이 큰 법인은 싱가포르법인(SAPL)이었다.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 129억원에 머무른 SAPL은 올해 1분기 7천843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증가율이 무려 5980%에 달했다. 태국법인도 당기순이익이 251억원에서 683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해외법인들도 나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반도체 법인(SSI)은 순이익이 171억원에서 183억원으로 늘었고, 미국 오스틴 법인(SAS)도 290억원에서 805억원으로 3배 남짓 순이익이 올랐다. 중국 반도체 법인(SCS)도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8% 오른 3천560억원을 기록했다. 상하이 반도체 법인(SSS) 역시 552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을 늘렸다.
다만 중국 내 전자제품 판매를 총괄하는 삼성차이나인베스트먼트(SCIC)는 1분기 당기순손실 8억2천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연간 기준으로 지난 2015년 이후 줄어들고 있다. 하만 역시 올 1분기 -979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삼성 브라질법인(SEDA)과 쑤저우 LCD공장도 당기순이익이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지난해 사드 여파 및 현지 전자업체들의 약진 등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처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상황이 현재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만의 경우 지난 2016년 인수합병 이후 인수비용이 지속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데다가,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LG전자, 유럽·신흥시장 가전 중심으로 성장…美·中서는 아쉬워
LG전자의 해외법인은 희비가 엇갈렸다. 폴란드, 멕시코, 인도 등에 위치한 법인들은 나란히 실적 상승세를 보인 반면, 중국과 미국 법인들은 전반적으로 실적 감소세를 보였다.
폴란드 믈라와에 있는 LG전자 폴란드법인은 지난해 1분기 7억9천만원에서 올해 1분기 14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1천688% 급등했다. 믈라와법인은 유럽 지역의 가전 판매를 총괄하는 법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OLED TV, UHD TV 등 프리미엄 TV와 냉장고·세탁기 등 프리미엄 생활가전 제품의 판매가 유럽에서 올들어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남미·인도에서도 성과가 좋았다. 멕시코 레이노사에 있는 LG전자 멕시코 법인은 지난해 1분기 228억원에서 올해 1분기 610억원으로 2배 이상 실적이 올랐고, 브라질법인도 672억원에서 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실적이 호전됐다. 인도 법인 역시 지난해 1분기 561억원에서 올해 1분기 774억원으로 뛰었다. 이들 법인은 모두 세탁기,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법인이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계속 이어졌다. LG전자 중국법인은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 128억원에서 올해 1분기 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매출액도 2천188억원에서 1천122억원으로 절반 가량 쪼그라들었다. 톈진법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123억원에서 5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절반 넘게 줄었다. 중국법인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연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감소폭은 미국법인이 가장 컸다. LG전자 미국법인은 지난해 1분기 5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1분기에는 29억원에 그쳤다. 매출도 1조9천13억원에서 1조7천396억원으로 다소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실적이 2016년보다 개선된 점을 생각하면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다만 미국 핸드폰 생산 법인(LGEMU)은 올해 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 모두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이 위축됐다"며 "다만 중국법인의 경우 최근 한국영업본부 산하로 이관해, 한국영업본부의 우수한 영업 노하우를 중국법인에 전수 중이기 때문에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선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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