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ING생명에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 보험업계 대형 매물이 매각 불씨를 댕기면서 보험업계의 M&A 셈법이 복잡해졌다. 앞서 매물로 거론된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을 더하면 시장에 나온 보험사는 다섯 곳에 이른다.
신한·KB·하나금융 등 세 개 지주사가 상위 금융·보험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경우의 수도 추측 예상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주도로 안방보험의 해외자산 매각에 시동이 걸렸다.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것인지, 나온다면 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 中 안방보험 자회사 매각 시동, 동양·ABL생명 운명은?
안방보험은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경제범죄 연루 혐의로 구속된 뒤 중국 보험감독위원회의 위탁 운영을 받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총자산이 30조2천737억원, ABL생명은 18조5천955억원 규모로 집계돼 '대어'로 분류된다.
동양생명은 미트론 피해 탓에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업력이 긴 데다 그간의 자본력과 건전성 관리를 미루어 볼 때 전망은 낙관적이다. 3천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전입한 뒤에도 한 해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회복 속도도 빠르다.
다만 여전히 미트론과 관련한 국제 소송이 진행돼 발목을 잡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저축성보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둔 상황에서 매각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 '리딩금융' 경쟁에 핫한 ING생명 매각
긴 뜸을 들인 ING생명도 주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ING생명은 지난 2013년 MBK파트너스의 품에 안긴 뒤 기업공개(IPO)로 몸값을 불리는 우회전술을 썼다. 기업가치가 오른 만큼 매수 기업들의 신중함도 더해져 매각이 정체되고 있다는 평이다. 신한과 KB금융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지주사의 순위 다툼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신한과 KB금융은 1위 탈환을 두고,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하나생명의 체급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매수사를 물색 중이다.
신한과 KB금융 중 어떤 금융사가 ING생명을 인수하더라도 규모 면에서 업계 1위에 오른다. '리딩뱅크'를 두고 자리싸움이 치열한 만큼 인수 금액과 미래 가치를 두고 양사의 주판알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기준 총 자산이 ING생명(31조4천550억원)과 비등한 데다 인수 예상가가 1조2천억원 수준으로 ING생명에 비해 1조4천억원가량 낮아 보다 적은 금액으로 규모의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몸 값 떨어질라, 체질개선 서두르는 MG손해·KDB생명
한편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의 초조함은 더해지고 있다. 매각 번호표는 가장 먼저 뽑았지만 대형사의 어깨싸움에 순번이 뒤로 밀렸다.
그 사이 MG손보는 지급여력(RBC)비율마저 100%를 맞추지 못하며 찬물을 맞았다. 1분기를 기준으로 RBC비율이 90%대까지 떨어졌다. RBC비율이 100%를 맞추지 못하면 보험금 지급을 온전히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경영개선권고 조치가 예고되면서 매각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초 16일 의결이 될 예정이었지만 국회 일정 탓에 결정은 18일로 밀렸다. 경영개선권고를 받으면 2개월 내 건전성을 높일 계획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발등의 불’ 기간에는 매각 절차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매각 주관사인 KB증권에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만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매각의 관건은 향후 자금수혈 가능성이지만 모체 격인 새마을금고가 자금조달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불투명하다.
KDB생명은 1분기를 기점으로 경영 정상화에 파란불이 켜졌다. 그간 시장성이나 건전성 면에서 이렇다 할 패가 없었던 터라 이번 턴어라운드가 매각 훈풍을 부를지가 관심사다.
KDB생명은 최근 해외시장에서 2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자본확충으로 RBC비율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KDB생명타워 우선매수권 매각 대금 수급으로 RBC비율 200%을 기대하고 있다. 16일 실적발표에서도 35억원의 순익으로 1년 반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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