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2주 뒤 주총이라는 심판대에 오른다. 의결권자문사들이 속속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주총을 통과한다고 해도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최종 관문을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16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2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건설회관과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각각 열린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6월 18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진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이번 개편안을 놓고 다른 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유하는 등 대놓고 반기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안건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엘리엇은 그들의 사업 방식대로 하는 것”이라며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분할안이나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엘리엇과 뜻을 같이 하는 주주가 많을수록 현대차그룹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주총의 벽을 넘는 것 자체가 녹록지 않다. 주주들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의결권자문사들이 속속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고 있어서다.
ISS는 “거래 조건이 한국 준거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지만, 그 거래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해 보인다”고 밝혔다.
글래스루이스는 “수익성 있는 사업부문과 상당량의 현금을 관련성이 적어 보이는 물류업과 합병하려고 분할한다면서 설득력 없는 근거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의결권자문사 중 하나인 서스틴베스트도 “합병비율과 목적이 주주 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양대 의결권자문기관이 반대를 권고하면서 일단 지배구조 개편안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주주들을 설득해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개편안에 찬성하지 않는 주주들이 자신들의 주식을 매입해달라고 요청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단계다.
두 회사는 앞서 3월 28일 분할합병안을 발표할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현대글로비스 5천억원, 현대모비스 2조원으로 정했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만약 이를 초과할 경우 계약이 해지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에 가장 걸림돌은 양사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다. 올 1분기 기준 현대글로비스 10.8%, 현대모비스 9.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각사가 정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합병가액 기준으로 환산한 지분율은 각각 8.8%다. 즉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대형 합병을 무산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이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14년 10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을 추진했다.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기권표를 던졌지만 안건은 주총에서 최종 승인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주가 하락을 문제 삼으며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결국 합병은 최종 무산됐다.
그런데 현대글로비스‧모비스 분할합병안 발표 후 양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3월 28일 종가 대비 두 회사 주가는 10% 가량 낮은 상태다. 개편안이 주총을 통과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한상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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