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지난 2016년 최악의 수주절벽으로 일감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전례없는 '큰 장'이 들어서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발주한 3조원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 20척과 5조원 규모의 관공선을 놓고 국내 조선사의 수주전이 막을 올렸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주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조선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진중공업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현대상선은 4곳의 국내 조선사에 2만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이상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4천TEU급 8척 등 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위한 제안요청서를 발송한 바 있다. 이들 모두 3조원 규모의 대규모 발주다.
최종 조선사 선정 작업은 현대상선 신조발주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정확한 구성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해운·조선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조선소 선정 작업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달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5조5천억원 규모의 공공발주를 통해 조선사 일감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매년 1~2척의 LNG연료선 관공선을 시범발주하고 가스공사의 LNG벙커링선 발주를 포함해 오는 2020년까지 국내선사 발주 총 200척과 공공선박 40척 발주에 지원키로 했다.
특히 올해는 방사청의 1조6천억원 규모 군함 10척과 해양수산부의 221억원 규모 순찰선 등 6척 등 총 16척의 발주가 추진된다. 또한 노후 관공선 교체시 LNG추진선으로 발주 유도하고 공공선박 중 LNG연료추진 도입 적합선박 선정을 올해 내로 추진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악의 일감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 풀 탠덤(Full Tandem) 공법을 적용하며 컨테이너선을 인도하는 등 기술력을 자랑하며 컨테이너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의 마찰저항을 줄이는 공기윤활시스템(SAVER Air)을 초대형 고속 컨테이너선에 세계 처음으로 적용하면서 연료 절감 기술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우조선 역시 초대형컨테이너선에 스크러버 등 친환경 옵션을 장착하는 등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 셀프수주 우려 목소리 커져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이 이번 8조원 규모의 발주를 싹쓸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상선과 대우조선 모두 주채권은행은 KDB산업은행이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지난해 9월 현대상선이 발주한 4천700억원 규모의 초대형유조선(VLCC) 5척을 모두 수주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수주·자금난을 겪는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간접 지원을 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가 그동안 대우조선에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일감부족으로 파산할 경우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서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과거 '한수원 뇌물' 사건으로 인해 부정당업자로 등록되면서 정부의 5조5천억원 규모 공공발주 사업에서 배제됐다. 군함 등의 특수선은 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경쟁했지만, 현대중공업이 빠지면서 대우조선에 일감이 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수주전쟁에서 대우조선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국내 조선사의 컨테이너선 기술력은 비슷비슷한 데다 조선사 모두가 경영난에 처한 만큼 특정 기업에 일방적으로 물량이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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