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세계푸드가 '할랄 푸드'를 앞세워 라면을 시작으로 고추장·간장 등 한식 소스를 선보인 후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과 가정간편식(HMR) 사업까지 확대해 '할랄 종합 한식 제조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성용 신세계푸드 사업기획팀장은 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신세계푸드 올반LAB에서 '할랄푸드 아카데미'를 열고 "할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동남아 지역의 한식 할랄 식품 제조, 판매 기반과 상품 수출입 교두보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할랄 시장에 먼저 진입한 후 앞으로 우수한 해외 사업 파트너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해외 제조기반을 구축,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이를 위해 올 초 말레이시아 식품업체 마미더블데커와 합작해 '신세계마미'를 설립했다. 신세계마미는 신세계푸드와 마미사가 50%씩 투자했으며, 총 자본금은 60억원이다.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이곳을 통해 직접 개발한 할랄 라면과 고추장 등 할랄 한식 소스 등을 생산해 선보일 계획이다.
할랄 푸드는 돼지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뿐만 아니라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축·처리·가공된 식품과 공산품을 통칭하는 것으로, 인증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세계 3대 할랄 인증으로는 말레이시아 '자킴', 인도네시아 '무이', 싱가포르 '무이스' 등이 있으며, 말레이시아 '자킴'이 최고 권위를 인정 받고 있다.
양 팀장은 "마미더블데커는 우리나라의 농심과 같은 회사로, 제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소스 개발에 특화된 우리와 잘 맞다고 생각해 가장 먼저 양사의 장점을 살린 라면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최근 말레이시아 현지에 출시한 '대박 라면'으로 올해 2천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5%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직접 개발한 라면·고추장·삼계탕 등의 할랄인증을 획득하고 무슬림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특히 2016년부터 한국식품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김·떡볶이떡·소스·고추장 등 10개 할랄푸드의 개발 및 인증을 공동으로 진행해왔다. 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에서 할랄푸드 존을 운영하며 조리와 유통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신세계푸드는 최근 신세계마미를 통해 '할랄푸드' 첫 제품으로 '대박라면' 김치맛과 양념치킨맛 등 2종을 출시했다. 이 라면은 말레이시아 자킴(JAKIM·이슬람개발부) 할랄 인증을 받은 것으로, 지난 4월부터 말레이시아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500여곳에서 시식행사를 펼치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그 결과 '대박라면'은 출시 한 달만에 200만개, 1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초 계획했던 연간 목표 80억원의 20%를 달성했다. 특히 가격이 현지 라면 대비 3배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신세계푸드는 조만간 말레이시아 대형 할인점 등 판매처를 2천400여개까지 확대해 전역에 '대박라면'을 선보일 계획이며, 이달 말부터 생산되는 제품을 7월께 국내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양 팀장은 "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에서 가장 한국적인 메뉴로 알려져 있는 김치와 양념치킨 두 가지 맛에 대한 호응이 판매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라면 매출은 51억원, 소스류와 시즈닝 제품까지 합쳤을 때 전체 매출은 81억원 정도를 올해 목표로 잡았고, 지금 추세로 봤을 때는 목표치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세계푸드가 할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국내 식품 시장은 정체기를 걷고 있는 데다 인구가 점차 줄어 영업 환경이 쉽지 않은 반면, 할랄 식품은 무슬림 인구의 증가세에 힘입어 매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할랄은 전 세계 약 4조5천억 달러 식품 시장 중 16%를 차지할 만큼 큰 시장으로, 할랄시장의 63%인 4천억 달러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또 내년에는 전 세계 식품 시장의 21% 가량인 2조5천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병천 올반LAB 담당 상무는 "할랄 시장 확대의 주요 요인인 무슬림 인구 증가율은 18.7%로 전 세계 인구증가율인 4.3%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할랄 식품은 성장성이 크다"며 "특히 동남아는 잠재적 가치와 급격한 성장속도, 한류 열풍,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한식을 앞세운 할랄 푸드를 선보이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할랄 푸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할랄인증이 필수"라며 "최근에는 엄격한 인증 절차 때문에 할랄푸드가 건강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무슬림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웰빙 식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세계푸드는 할랄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이달 15일부터 시작되는 라마단 기간에 가정에서 소비할 식료품을 미리 구입하는 무슬림을 겨냥, 현재 대박라면의 생산량을 20%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7월부터는 국내 무슬림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수입, 판매해 한국과 동남아에서 동시에 대박라면의 인지도와 인기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마미더블데커가 기존에 갖고 있던 말레이시아 말라카 공장과 인도네시아·태국·미얀마 등 6개 공장을 통해 '대박라면'과 할랄 인증 한식 소스를 생산, 올해 10~11월쯤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양 팀장은 "내년부터는 고추장·간장·불고기 등의 할랄 인증 소스를 활용한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동남아 시장에서 할랄 인증 한식 소스를 활용해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과 닭을 활용한 가정간편식 제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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