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케이블TV대표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업계 대표들은 결합상품 및 필수설비 문제는 물론 합산규제 등 시장 쟁점사안을 언급하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유영민 장관도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속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업계의 지원 요구에 정부 측 관계자가 "너무 편하게 경쟁하려는 것 아니냐"며 쓴소리까지 나왔다. 양측의 온도차만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영민 과기정통신부 장관은 12일 제주 부영호텔에서 열린 'KCTA쇼 2018'에 참석 케이블TV업계 CEO와 첫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케이블TV 업계의 지속적인 신규 서비스 개발과 지역문화 창달 등 그간의 노력 및 성과를 공유하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케이블TV의 비전 마련과 함께 이를 위해 선결해야할 여러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변동식 CJ헬로 대표,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 유정석 현대HCN 대표, 김태율 CMB 대표,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 공성용 KCTV제주방송 회장, 윤철지 서경방송 회장, 구자형 JCN울산중앙방송 회장, 최용훈 한국케이블TV광주방송 회장, 유희훈 CCS충북방송 대표, 조현수 한국케이블TV푸른방송 부사장을 비롯해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등 13명이 참가했다.
이날 유영민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케이블TV가 1995년 출범 이래 우리나라 유료방송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다양한 콘텐츠 유통을 통한 콘텐츠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에도 공헌해 왔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 흐름 속에서 케이블TV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 장관은 "방송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대외적 도전을 맞아 케이블TV 업계가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신기술에 투자하는 등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방송에 방발기금 지원" vs "방송영역 아닌 시스템 측면"
이 자리에서 유정석 현대HCN 대표는 케이블TV의 지역방송으로서의 역할, 특히 재난방송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열악한 환경 속 재난방송의 품질을 높이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 지원책 마련을 요청했다.
유 대표는 "방송발전기금으로 재난방송에 더 투자를 해준다면 더 탁월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며, "400억원 전후로 방송발전기금을 납부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기금의 재난방송 및 지역채널 투자 확대가 검토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재난 발생시 취합된 정보를 정부 기관들이 보내주면 방송시스템을 타고 알려주는 구조여서 방송 영역은 아니다"라며, "얼마나 빨리 여러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한만큼 이에 따른 조치와 보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과기정통부 방송정책국장은 "10억원 투입, ETRI와 효율적 재난방송 송출 시스템을 개발중으로 조만간 개발이 완료된다"며, "각 지역 케이블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발기금은 일정부분 콘텐츠 지원이 되고 있는 상태"라며 "기금관리부서와 예산관리부서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 이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무선 결합상품 불공정 경쟁" vs "편하게 경쟁하려는 인식 바꿔야"
케이블TV 업계는 가장 위협적인 경쟁업체로 IPTV를 지목, 특히 유무선 결합상품으로 인해 불공정한 경쟁 여건에 놓여 있다고 목소리르 높였다.
변동식 CJ헬로 대표는 "큰 통신 자본이 방송에 들어오면 생태계를 헤칠 수 있어 통신사의 방송사업시 법인을 분리해달라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통신사 유무선 결합상품의 경우 방송은 끼어팔기 형태로 전락해 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케이블TV가 경쟁 역량에서는 IPTV에 뒤지지 않으나 유무선 결합상품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정부에 "보다 동등한 결합상품 조건이나 단호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창희 방송정책국장은 결합심사위원회를 설치, 방송통신 결합상품과 관련한 정확한 요금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 대표의 요청에도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국장은 "정부의 기본 목적은 시장에서 활발한 경쟁이 일어나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사업자가 아닌 경쟁 자체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라며 "정책 실행에 있어 유료방송업계가 가진 경쟁 열세를 보완해야 한다면 고민하고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케이블TV 업계도 담을 쌓아놓고 편하게 경쟁하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몰을 앞둔 합산 규제 연장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케이블TV 업계는 KT 등 특정사업자의 점유율을 33%로 제한한 합산규제 일몰 대신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케이블TV업계에서도 중소 사업자들은 열세에 놓여 있다"며 "유료방송 합산규제만이라도 잘 챙겨달라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유 장관은 "여러가지 고민도 있고 어려움도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며, "정부가 개입해서 푸는것도 어려운 부분이 있고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 필수설비 사용료 부담에는 공감 …"뚜껑 열어서라도 보겠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필수설비 사용료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통신망 상호접속료에 따른 볼멘 소리도 심심찮았다.
유정석 현대HCN 대표는 "(통신망 상호접속료) 원가 부담 때문에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며, "유예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성용 KCTV제주방송 회장은 "전주 사용료로 1억 정도가 나가는데 의무기 때문에 지불을 안할 수가 없다"며, "지방에서는 전주 등의 사용료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지하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유 장관은 "기본적으로 필수설비는 (사용료 부담이)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는 문제여서 5G에 맞춰 강하게 밀고 있는 것 중 하나"라며, "제주뿐만 아니라 그 부분이 지역에 따라 불공정하면 멘홀 뚜껑을 열어서라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제주=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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