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STX조선해양 노사가 10일 자구안 노사확약서에 최종 서명하고 오후 중으로 산업은행에 공식 제출하기로 했다. 당초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산업은행이 접수된 자구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 STX조선의 기사회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산업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 노사는 채권단의 데드라인(9일 정오)을 하루 넘긴 이날 새벽께 자구계획과 관련한 합의를 이뤘다. 양측은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등 인적 구조조정을 제외하는 대신 무급휴직과 임금삭감 등으로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비상대책위원회와 설명회 등을 열고 자구계획안에 대해 노조원의 동의를 구했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의 노조원들은 인적 구조조정이 자구안에서 제외된 것에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조합원 동의를 얻은 만큼 바로 확약서에 서명, 오후 중 산업은행에 제출키로 했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일단 법정관리 신청 작업에 착수하되 자구안이 도착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동조선의 경우 정부의 법정관리 선언 이후 실제 신청까지 2주 정도 소요됐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에 대해서도 2주간 법정관리 신청 준비 절차를 밟으며 노사확약서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산업은행이 노사확약서를 수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노사확약서 제출기일을 어긴 상황에 뒤늦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STX조선의 구조조정 문제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STX조선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은 채권단의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변수로 남아있다. 당초 채권단은 고정비를 40% 감축하기 위해 지난달 기준 695명 생산직 직원을 200명 안팎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STX조선은 2차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지만 겨우 144명 신청에 그쳤다.
STX조선은 지난해 11월 실사 때 계속기업 가치가 지난해 회생 절차에 들어갔을 때 산출된 청산가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다. 업계에서는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서면 사실상 퇴출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구안이 제출되면 이 안이 컨설팅 보고서에서 제시된 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산업은행의 손으로 넘어간 STX조선의 운명이 기적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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