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수 기자]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은산분리 완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3일 출범 1주년 기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난 1년간의 사업 성과와 올해 사업 계획, 유상증자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이 자리에서 성공적인 업계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 미적용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심 행장은 "저희가 요구하는 부분은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달라는 것"이라며 "우선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줄곧 은산분리 원칙의 예외적인 적용을 주장해오고 있다. 현행 은행법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최대 34~50%까지 지분 보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금융 혁신을 위한 규제 개선을 언급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실탄 확보 난항, 절실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케이뱅크는 오는 5월 내로 1천5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 시작되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비롯해 ▲아파트 담보대출 ▲계좌 간편결제 ▲법인뱅킹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지만 증자가 지연되면 상품 출시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심 행장은 "유상증자는 20개 주주사들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지연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주주가 편하게 지분을 늘릴 수 있었다면 증자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한국투자금융지주, 카카오, KB국민은행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케이뱅크는 KT와 우리은행을 비롯한 20개 주주사가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주주들의 자금사정과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유상증자 진행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생아와 다름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중은행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정부에서 말로만 인터넷 전문은행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지지부진 관련법 개정, 지방선거 후 논의 가능할 듯
국회는 현재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개헌으로 인해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는 데다 오는 6월 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사실상 활동이 멈춰있다.
은행법 개정과 관련된 심도 있는 논의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후반기 원내 구성이 마무리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과 각 정당들의 의견 차를 좁히는 과정이 남아 있어 연내 은행법 개정이 이뤄질지 여부도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야당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비교적 우호적인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기에 개헌과 지방선거 관련 이슈로 인해 은산분리 완화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터넷 전문은행들 입장에서는 빠른 은행법 개정이 절실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방선거가 끝난 뒤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지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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