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철강업체들이 주주총회에서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폭탄 방침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 기업 모두 뚜렷한 대책 없이 한국 정부의 협상만을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있는 모양새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대형 철강업계 처음으로 미국 수출을 중단했다. 동국제강의 수출 주력품목은 냉연강판의 일종인 아연도금강판으로 이미 8.75%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게다가 이번 무역확장법에 따른 25%의 추가 관세까지 맞으면 사실상 가격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수출은 관세가 확정될 때까지 수출 선적을 잠정 보류하고 추후 현지 고객들과 협의해 대응하겠다"며 "선제 대응으로 매출에서 미국 수출 비중을 4% 수준까지 낮췄고 수출을 다원화해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국제강은 수출 다변화 외에도 현재 고객사와 관세 분담 논의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회장은 "미국 정부가 부과한 25% 관세를 모두 우리가 부담할 수는 없다"며 "현지 수요가들과의 관세 논의가 마무리된 이후 미국 수출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역시 미국의 보호주의에 따른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현대제철은 철강파이프와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대미수출량은 15만톤으로 전체의 3%에 해당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부가 제품 개발 선도 ▲고객사 수요 창출 등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도 이날 열린 주총에서 "최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무역제재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경쟁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조선 건설 자동차 등 국내 수요산업의 회복세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우 부회장은 "성장 기틀을 확고히 하려면 고객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와 연계한 수요 창출은 물론 고부가, 고성능 제품개발을 선도해 치열한 시장경쟁 속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기수 세아베스틸 대표이사도 같은날 열린 주총에서 "올해 세계 철강 수요는 1.6% 수준의 저성장과 미국을 중심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며 "회사는 고객 중심의 영업, 생산, R&D, 품질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등 비가격 경쟁 요소의 우위를 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효력은 서명일로부터 15일 후인 오는 23일 발효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다각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앞세워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대표단이 보다 융통성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맞섰다.
정부는 유럽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관세 면제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응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달 23일부터 발효된다는 점에서 1주 안에 협상을 마쳐야 하는데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입장이 완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설득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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