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시청자가 선호채널에 별도 순번을 정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TV홈쇼핑·T커머스는 물론 채널사용사업자(PP)와 종합유선방송국(SO) 업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해당 개정안이 유료방송시장 질서를 이해하지 못한 조처라고 입을 모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앞서 신 의원은 시청자가 선호 채널에 별도 순번을 부여하거나, 비선호 채널을 차단하는 기계적 운영체계를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도록 한 규정을 신설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5년간 시청률이 잘 나오는 40번대 이하 황금대역에 홈쇼핑이 평균 6개에서 14개로 2배 이상 증가해 소비자 채널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시청자는 1번 KBS, 2번 MBC, 3번 SBS 등 자신이 선호하는 채널의 번호를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다. 사실상 홈쇼핑과 T커머스의 재핑효과(채널을 돌리다보면 중간에 있는 채널의 시청률도 높아지는 효과)를 원천 차단한 셈이다. SO에 매년 막대한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홈쇼핑업계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에 홈쇼핑이 기여하는 부분은 완전히 무시한 법안"이라며 "앞 번호 대에 편성되지 못하면 홈쇼핑업체로서는 매년 급증하는 송출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다. 결국 그동안 홈쇼핑이 부담하던 유료방송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작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유료방송사업자의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2012년 7천731억원에서 2016년 1조2천561억원으로 4년 만에 82.16% 급증했다. 같은해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매출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24.33%를 차지했다. 즉 송출수수료가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가 줄면 SO 실적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SO업계는 실적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인 채널편성권까지 침해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SO업계 관계자는 "채널편성권은 방송법 제4조에 따라 SO의 재산권인데, 개정안은 이를 시청자에게 넘기라는 것이어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며 "이미 리모콘을 통해 채널을 삭제하거나 선호채널을 즐겨찾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뭘 더 하라는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홈쇼핑 채널의 황금대역 이동을 견제해왔던 PP업계 역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자칫 중소 PP까지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P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상파와 종편, CJ계열 채널 등 인기 있는 채널만 시청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신규 론칭채널이나 비인기 채널은 시청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 홈쇼핑 채널의 난립은 연번제·쿼터제 등 채널 편성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지, 기계적 장치를 도입하면 애꿎은 중소 PP에게까지 불똥이 튀게 된다"고 말했다.
법안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리모콘으로 채널 삭제·즐겨찾기 기능을 사용하는 시청자가 적은 상황에서 기계적 운영체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많겠냐는 설명이다.
실제 이문행 수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전국의 홈쇼핑 채널 시청 경험이 있는 유료방송 이용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채널 즐겨찾기 기능을 이용하기보단 리모콘으로 채널을 서핑하며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목적성 시청 비중이 높아 기계적 운영체계도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채널 선택권을 높이겠다는 법 취지는 이해하지만 유료방송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정책 실효성은 낮고 시장질서는 흐트러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또 홈쇼핑이 부정적으로만 비춰지는데, 홈쇼핑 취급액이 나날이 고공행진하는 데에는 나름 킬러콘텐츠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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