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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졌지만 우리는 하나"…경기보다 뜨거웠던 응원 현장


경기장 안팎 한마음 응원…"결과보다 하나 된 게 중요"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아쉬운 패배였다. 그러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걸 얻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하 코리아)이 스위스를 상대로 치른 올림픽 데뷔전에서 대패했다. 그렇지만 경기장 밖 응원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리아는 1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B조 조별예선 스위스와 첫경기에서 대량 실점하면서 0-8로 패했다.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코리아가 기록한 유효슈팅은 8개였지만 스위스는 무려 52개의 유효슈팅을 만들었다. 그나마 잘했다고 박수를 받을 만한 선수는 코리아 골리 신소정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스위스 선수들이 44차례 시도한 슛을 막아냈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된 팀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잘 갖춰진 호흡을 기반으로 한 패턴 플레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의 에이스인 정소현이 몇차례 개인 기량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돌파한 뒤 슛까지 연결한 것이 가장 위협적인 찬스였다.

공격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 수비에서도 여러차례 아찔한 실수가 나오면서 대량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혹독한 신고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경기장 안팎 응원단과 상관이 없었다. 남북 응원단 모두 한마음이 돼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화려한 응원' 분위기 달군 北 응원단

특히 북한 응원단은 단일팀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경기 초반과 막판 목소리를 높였다. 단일팀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북한 응원단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북한 응원단이 남측 관중과 함께 단일팀을 응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 의미가 있다.

응원단 중 일부는 앞서 남녀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거쳐 관동하키센터로 이동했다.그러나 지친 기색은 없었다. 관중들이 국내 유명 힙합 뮤지션인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에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자 북한 응원단도 함께 박자를 맞췄다.

북한 응원단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북한 노래인 '반갑습니다'를 불렀고 관중들도 따라불렀다. 북한 응원단은 작은 한반도기 뿐 아니라 탬버린과 부채 등 도구를 이용한 응원도 선보였다.

경기가 시작된 뒤 "힘내라!"와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자주 외쳤다. 경기가 끝난 뒤 숙소인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으로 출발하기 위해 대기 중인 버스에 올랐다. 관동하키센터를 삼삼오오 빠져나가던 관중들은 북한 응원단에게 "우리는 하나다"라는 말을 건냈다. 북한 응원단도 같은 말로 화답했다.

단일팀의 첫 번째 경기는 두 시간 남짓 걸렸다. 그시간 동안 관동하키센터에 모인 관중과 응원단 대부분은 하나가 됐다.

이날 단일팀의 첫 경기에는 남북의 주요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개막식에 이은 이틀 연속 올림픽 현장을 방문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문 대통령과 함께 개막식에 이어 관동하키센터까지 함께했다.

◆'열렬한 환호' 南 응원단

경기가 열린 관동하키센터 밖에는 코리아를 응원하기 위해 100여명의 응원단이 모였다. '615 공동응원실천 남측위원회 통일응원단'(이하 통일응원단)이라는 이름의 단체다.

이들은 경기 전부터 관동하키센터 앞에 모여 코리아 팀 선수단 버스가 지나갈 때까지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끊임 없이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통일응원단 홍보를 맡고 있는 이하나 씨는 "스위스전 티켓을 구하지 못해 안에 들어가지는 못했다"며 "그래도 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단일팀이 0-8로 졌지만 그는 "성적은 관계가 없다"고 잘라말하면서 "함께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남은 경기도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단체에서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대학생 강동호 씨는 좀 더 가슴이 벅차오른 것처럼 보였다. 그는 "버스가 들어갈 때부터 계속 있었다. (버스)창을 사이에 두고 응원단을 뵜지만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도 전했다. 그는 "나는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라며 "이제 23살이 되는데 오늘에서야 북한 사람을 처음 봤다"며 "각자의 국기가 아니라 코리아라는 깃발 아래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단일팀이 한반도에 평화가 시작될 수 있는 계기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나의 옷과 하나의 깃발 아래서 경기를 치르는 게 중요하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와 상관 없이 강릉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익명의 시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응원하는 마음을 갖고 경기를 봤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의 응원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일팀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존재"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그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에 단일팀이 참가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것에 가슴 벅찼다"고 얘기했다. 그 역시 경기 결과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 발걸음식 더 가까워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마침 응원을 펼치는 동안 북한 응원단도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통일응원단이 목소리를 더 높여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자 북한 응원단도 손을 흔들며 똑같이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보이고 있는 응원과 별개로 남북관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2주간의 평화일 뿐'라며 의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대두분의 시민들이 평화와 '하나됨'을 원한다는 것이다. 단일팀이 첫 경기를 치른 10일 강릉은 이 사실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강릉=류한준·김동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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