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 이동통신 3사와 소비자·시민단체 간의 입장 조율에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더욱이 정책협의회 종료 후 정부 법안을 처리하게 될 국회도 이에 우호적이지 않아, 실제 요금제 출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위원장 강병민)는 서울중앙우체국 국제회의실에서 보편요금제와 기본료 폐지 등을 의제로 8차 회의를 진행했다.
협의회는 이날 회의까지 보편요금제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이통3사와 소비자·시민단체, 그리고 정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소비자·시민단체 대표들은 회의가 시작된 지 2시간 만에 퇴장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은 9차 회의도 보이콧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통사가 현재 요금수준이 저렴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더이상 논의가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퇴장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정부와 정책협의회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방안 마련을 노력하되, 이달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정책자료를 만들어 이를 국회에 넘기겠다는 계획을 세운바 있다.
당초 정부는 법안을 통해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상품을 시장지배적사업자(SK텔레콤)가 출시하는 것을 의무화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이 안에 대해서도 업계는 물론 소비자·시민단체 모두 반발하고 있다는 점. 이통3사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이익 감소에 따른 투자 여력 위축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시민단체는 데이터제공량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
더욱이 이 같은 저가 보편요금제 도입시 주력 요금제 시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하는 알뜰통신(MVNO)사업자협회도 이의 도입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특히 소비자·시민단체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무산되면 기본료 폐지를 촉구하는 여론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통3사에 대해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이라도 가져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협의회 상황으로 미뤄 볼 때,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협의회 합의안은 도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만약 정부 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국회 벽을 넘기는 힘들 조짐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밝힌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은 추혜선 의원(정의당)뿐이다. 추 의원은 정부 발표에 앞서 지난해 6월 보편요금제 도입을 목적으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과방위 여당 측 내부에서는 협의회가 합의안을 가져오지 못할경우 이를 심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방위 여당 관계자는 "업계 이해관계자간 이견이 크다면 협의회를 통해 정부가 이를 중재 했어야 했는데 전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보편요금제 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여야에서 환영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당 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요금인하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지 정부가 개입해선 안된다"고 했고, 국민의당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보다는 제4 이동통신 진입 등 시장 경쟁 활성화와 모든 가입자에게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도민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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