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약간 거리감이 있었는데…"
8일 강릉 선수촌 국기 광장, 이날은 북한 선수단의 입촌식이 있었다. 다른 나라 입촌식과 다를 바 없었지만 지난 6일 만경봉호를 타고 방남한 예술단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경찰력은 물론 자원봉사자들도 호기심 반, 긴장 반이었다. 북한에 호기심을 가진 해외 매체가 워낙 많아 국내 언론을 상대로 단일팀은 물론 예술단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선수단 등장 전 북한 취재진 21명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똑같이 어두운 카키색 점퍼를 맞춰 입고 등장했다. 점퍼 뒷부분에는 '은방울'이라는 상표가 새겨져 있었다.
카메라 기자로 보이는 인물은 일본 소니(SONY) 사의 방송용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있었다. 사진 기자는 '니콘(NIKON)'이었다. 한때 이들의 취재 장비 정식 등록 여부로 시끄러웠지만, 북한을 전담하는 남측 인사의 정리로 빠르게 해결됐다.
취재진이 몰리자 카메라를 든 인물이 국내 취재진을 집중적으로 찍었다. 한 북한 기자가 "동무, 카메라는 저쪽에서 찍는데"라며 취재 구역을 알려주는 등 현장 정리에 나섰다. 이어 국내 취재진을 향해 "거 같은 기자끼리 뭐가 있다고 찍습네까. 적당히 하시라"며 불만을 표현했다.
북한 특유의 딱딱한 어투였지만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은 아니었다. 또 다른 북한 기자에게 "날씨가 좋지 않습니까. 취재하기 좋지요"라고 말을 건네자 "일 없습네다(괜찮습니다)"며 자기 자리로 이동했다.
중국 CCTV의 왕린 기자는 "(피겨스케이팅 페어부문에 나서는) 북한의 렴대옥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얼굴이 헷갈리는데 누가 렴대옥인가"라며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잠시 뒤 선수단이 등장해 예술단과 섞여 광장 중앙으로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예술단은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자기 악기를 들고 부동자세로 버티고 있었다. 북한 애국가가 울려도 마찬가지였다.
예술단은 '아리랑', '쾌지나칭칭나네', '반갑습니다' 등 다섯 곡을 연주했다. 특유의 함성을 지르며 연주에 몰두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카메라가 근접해 자신을 찍어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북한 선수단이 연주에 맞춰 강강술래 대형을 만들었다. 대형은 사물놀이, 비보잉 밴드로 구성된 공연팀이 합류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이들은 사이사이에 합류해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팀의 일원으로 선수단과 어울렸던 최민선(16, 진부중학교) 양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북한 선수가 '같이 갑시다'며 대형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하게 됐다. 정말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도 "그동안 북한에 대한 약간 거리감이 있었는데 그저 '같은 사람이구나'고 느껴졌다. 동료와 같이 신기하게 (북한 선수단을) 보고 있는데 '들어 오시라'고 해서 같이 어울렸다"고 했다.
강릉=이성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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