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재형 기자] 금융당국과 회장 연임 마찰을 빚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인사 청탁 명단을 특별 관리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채용비리 협의가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갈등을 보인 금융당국과 거대 은행사 간 공방이 이번 채용비리 사건을 계기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각각 55명, 20명의 별도 관리 명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기소된 우리은행 관련자의 혐의처럼 VIP 명단을 별도로 관리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검찰은 연류자들이 외부 청탁자와 행내 친인척의 명부를 각각 작성, 관리하면서 합격여부를 결정했다고 봤다.
하나은행의 혐의는 2016년 채용 때 청탁받은 55명 중 서류 전형에서 모두 통과시켰으며 이들 중 6명이 필기시험을 통해 면접 후 합격시켰다. 계열 카드사 사장의 지인 자녀가 면접에서 불합격 점수를 받았지만 점수를 조작해 최종 합격자 명단에 넣는 수법 등이 쓰였으며, SKY(서울대·고대·연대) 출신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 것도 문제가 됐다.
국민은행도 2015년 채용 당시 청탁이 있은 20명의 명단을 특별 관리하면서 서류 전형을 모두 통과, 면접에서도 100% 합격시킨 혐의다. 합격한 3명 중 1명은 윤종규 KB금융회장 누나의 손녀로 알려졌으며, 서류와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이었지만 2차 면접에서 채용 담당 부행장이 최고등급을 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며 금감원의 조사가 사실과 다름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도록 할 것이며 채용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나은행도 "채용비리 사실이 없으며 특혜 채용도 없었다"면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민간 금융회사 재량의 영역일 뿐 특정인을 위한 임의 조정이나 조작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의 관리명단(20명) 대비 실제 채용건(3명), 하나은행의 관리명단(55명) 대비 실체 채용 건수(6명)가 현저히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실제 채용에 있어 은행 측이 필요한 인재를 뽑았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최흥식 금감원장은 "채용 비리 검사 결과에 대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며 밝혀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진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조사결과는 더욱 중요해 졌다.
이번 일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CEO의 셀프연임과 참호 구축을 지적하며 윤종규·김정태 회장을 견제했던 것과 연장 선상에 놓인 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이 지난달 채용 비리 검사를 이유로 회장추천위원회 활동 자체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으나 회추위는 지연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일정을 강행해 김 회장의 3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KB금융은 작년 9월 윤종규 회장 연임 확정시 작년 말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사실과 달리 보고하면서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금융당국에 의한 지나친 관치이자 경영 개입이라는 지적 속에서도 감독당국의 메세지는 일관됐다. 지난달 15일 발표한 금융혁신 방안 중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처럼 차갑다"며 "금융인 중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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