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5세대통신(5G) 주파수 경매가 오는 6월 진행되는 가운데, 주파수 가격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책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망중립성 원칙 유지와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로 이동통신사의 5G 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수설비 공용화, 제로레이팅 활성화 등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즉각적인 효과는 주파수 할당대가 개선을 통해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5G 설비투자(CAPEX) 규모는 4세대(4G) LTE 대비 20% 가량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 주파수 경매 공고 및 5G 1차 표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지난 5년간 LTE 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이통사별 5G 투자 규모는 약 1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 "5G 인프라 홀로 지고 간다" 호소
5G에서 쓰이는 주파수는 LTE 대비 높은 고주파 대역을 활용한다. 국내서는 3.5GHz 주파수와 28GHz 주파수가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3.5GHz 주파수 300MHz 대역폭은 확정됐으나 28GHz 주파수는 대역폭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파 특성상 주파수 대역이 높아지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직진성이 높고 회절성이 낮아 넓은 커버리지 확보가 어렵다는 게 단점. 마치 속도를 최대로 높인 자동차가 눈 앞 장애물을 피하지 못하는 것과 흡사하다. 더 많은 유선 네트워크와 무선 기지국 등이 필요하다.
빠르게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한는 것은 여전히 이통사 몫이다. 이통3사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발표한다.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5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5G로 가면 동영상 이용이 크게 늘고 네트워크 트래픽도 폭증한다"며 5G 설비 투자 필요성과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데이터 트래픽은 1억7천300만테라바이트(TB)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16년 대비 3배 가량 늘어난 수치.
또 에릭슨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전세계 인구 70%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약 90%가 광대역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음성에서 텍스트로, 다시 영상으로 콘텐츠가 진화하면 트래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다만, 국내는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 중이다. 트래픽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를 콘텐츠 등 업체에 추가 부담시킬 수 없다는 뜻도 된다. 결국 늘어나는 설비투자는 이통사 몫이다. 당장 5G 주파수 확보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어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설비투자가 늘면 결국 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측면에서 가계통신비 증가로 이어진다.
과거 세차례 열린 주파수 경매 결과 최소 2천610억원에서 최대 1조500억원까지 경매가가 치솟은 바 있다. 평균적으로 대역폭당 250억원 이상이 가격이 매겨진다. 5G 주파수는 적게는 100MHz 대역폭이 거래된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2조5천억원이다. 400MHz 블록으로 이뤄질 밀리미터파 대역은 10조원에 육박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네트워크, 단말, 콘텐츠가 중요한 3개 컴퍼넌트라고 한다면, 단말과 콘텐츠는 별도 과금하는게 없다. 견적서를 내는 건 통신사"라며 "통신사만 과금하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다는 문제를 통신사가 (억울하게) 모두 지고 간다"고 토로했다.
◆ 과기정통부 "주파수 부담 낮추고, 필수설비 함께 쓰고"
과기정통부는 발 빠른 5G 상용화와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필수설비 공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필수설비는 관로와 전주, 광케이블 등으로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필수적인 설비들이다. 이통3사가 이를 공유한다면 그만큼 설비투자 금액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방식은 크게 3가지다. 트래픽이 많은 지역은 기존대로 필수설비를 각각 설치한다. 반대로 농어촌 지역과 같이 트래픽이 적고 수익성이 낮은 곳은 1개의 필수설비만을 구축해 이통3사가 공동 이용한다.
또 도심 지역에서 특정 이통사가 관로나 전주를 만들어야 하나 구축이 어려우면 경쟁사에게 적정대가를 지불하고 필수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6월까지 고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능한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필수설비 과반 이상을 KT가 보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KT는 관로 72.5%, 전주 93.8%, 광케이블 53.9%의 비중을 갖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필수설비와 관련 "적정대가가 책정되고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상태에서 진행했으면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충분히 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정호 사장 역시 "국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며 "적정대가를 지불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신비 인하 성과에 따라 매년 지불하는 주파수 할당대가를 일정비율로 소폭 낮춰주는 인센티브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이통사는 주파수 할당비용을 감면받고, 과기정통부는 통신비 인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전파사용료 감면 정책은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것은 아니어서 이전 경매 때도 논의됐던 부분"이라며, "감면 비율이 크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라 실효성도 낮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다 실제 운영될 지도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기존 전파법에서 다루지 않았던 5G 주파수 대역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마치고 합리적인 경매대가 산정을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초고대역과 초광대역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파법 시행령 별표 고시를 정비 중이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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