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성지은기자] 차량용 엔진세정제 '불스원샷'을 판매하는 불스원에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불스원샷이 차량용 엔진세정제 시장에서 선두를 점하고 있지만, 신규고객이 기대보다 늘지 않아서다. 경쟁제품 출시로 기존 고객의 재구매 역시 담보할 수 없었다.
이 가운데 불스원은 2017년 불스원샷의 매출을 전년 대비 12%가량 올리고, 신규 고객 또한 2016년 하반기 대비 2017년 하반기 3% 포인트 증대시키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불스원은 어떻게 이 같은 성장을 만들어 낸 걸까?
변화의 중심엔 '빅데이터'가 있었다. 불스원은 올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추진하는 중소기업 빅데이터 활용지원 사업에 선정돼 '와이즈넛'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와이즈넛은 지난 2000년 설립된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빅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사업 '다이노마케팅'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챗봇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판교 와이즈넛 본사에서 다이노마케팅팀을 이끄는 이환옥 부장, 채화종 차장을 만나 효과적인 빅데이터 마케팅 전략 등을 물었다.
-먼저 불스원이 빅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게 된 배경을 소개해달라.
"불스원은 자동차용품 전문기업이다. 2001년 창립된 이래 엔진세정제 대표 상품인 불스원샷을 필두로 100여 종의 자동차용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불스원은 불스원샷의 성장에 힘입어 엔진세정제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유했지만, 신규고객 확보를 위한 방안과 기존 고객의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심했다.
이에 와이즈넛과 함께 SNS 상에서 나타나는 대중의 목소리를 분석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빅데이터 분석이 진행됐나.
"불스원은 와이즈넛의 SNS 분석 서비스 '버즈인사이트' 솔루션을 활용해 SNS 상에서 나타나는 대중의 목소리를 분석하기로 했다.
지난 2016년 8월 1일부터 2017년 8월 31일까지 뉴스,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등에 나타난 대중의 목소리를 수집·분석했다. 오픈된 데이터의 경우, 데이터를 크롤링(crawling)해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먼저 불스원은 불스원샷에 대한 온라인 여론을 파악하고, 엔진세정제 등 주요 마케팅 키워드의 연관어 분석을 통해 기존 마케팅의 효과를 파악하기로 했다.
또 여성 운전자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들을 신규 타깃 고객으로 정하고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방안을 찾아보고자 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불스원은 어떤 효과를 얻었나.
"가장 큰 효과는 마케팅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수용되고 있는지를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불스원은 자신들의 마케팅 키워드(엔진관리, 엔진때, 엔진세정제)가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엔진관리, 엔진때, 엔진세정제를 키워드로 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제어(특정 키워드와 함께 언급되는 글의 주제어)를 조사한 결과, 불스원과 불스원샷이 브랜드명으로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언급됐다. 연관검색어에서도 가장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다만 불스원은 불스원샷의 사용법과 효과에 대한 마케팅이 미진하단 점도 파악했다. 불스원샷 연관검색어 상위 20개를 분석한 결과, '넣는법', '효과', '사용법' 등 불스원샷 사용 및 효과와 관련한 키워드들이 나타났다.
이에 불스원은 자체 블로그 등을 활용, 불스원의 사용방법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전달하는 마케팅을 실시했다. 불스원샷의 효과에 대해 공식 검증된 내용을 온·오프라인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는 활동도 추진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스원샷에 대한 차량 커뮤니티의 반응, 여성 운전자의 관심도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맞는 마케팅 전략도 수립했다.
앞서 불스원은 정기적인 설문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측정했지만, 표본수가 크지 않아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웠다. 반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타깃에 맞는 마케팅 전략도 수립해 맞춤형 캠페인과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0년 전만 해도 빅데이터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는데, 이제는 불스원처럼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실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 같다. 시장의 동향은 어떤지, 어떻게 해야 빅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조언해달라.
"예전에는 빅데이터에 관심 있는 일부 기업만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본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빅데이터팀을 구축하는 기업도 많다.
먼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목적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또 요인이 될 만한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요인이란 빅데이터 분석에 있어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말한다.
가령 불스원샷이란 제품이 있을 때, 성능, 가격, 브랜드 등이 요인이 될 수 있다.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어느 부서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마케팅, 홍보, 제조생산 등 부서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분석 기법도 달라져야 한다.
이에 앞서 목적에 맞는 데이터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데이터가 없으면 빅데이터 분석이 불가능하다. 물론 외부 데이터가 없다면 내부 데이터를 가공하고 섞어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와이즈넛은 고객에 맞는 분석 가능한 다른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려고 한다."
-최근 빅데이터를 분석해주는 데이터 전문기업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어떤 기준으로 데이터 전문기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팁을 달라.
"해당 산업 분야에 레퍼런스(공급 사례)가 있는 기업을 선택하는 게 좋다. 산업 별로 다루는 데이터와 전문 지식이 다르다. 따라서 비슷한 산업 분야의 데이터를 많이 다뤄본 기업을 선택하는 게 전문성 측면에서 좋다.
기업이 원할 경우, 원 데이터(raw data)를 보여줄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 결과를 도출하지 않고, 여러 요소를 결합해 임의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을 소위 '소설 쓰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어떤 데이터가 얼마나 수집됐는지, 어떻게 해서 분석 결과를 도출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안그러면 돈만 들이고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성지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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