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은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GM은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한 업체는 쌍용차와 르노삼성 뿐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일 가까스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반대가 과반수를 넘어 부결됐다. 한국GM은 노조 지부장이 단식 투쟁에 돌입할 정도로 노사간 골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창사 50년 만에 처음으로 임단협이 해를 넘길 위기에 놓였다. 지난 4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이어온 현대차 노사는 협상 8개월 만인 20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연내 타결이 점쳐졌다.
그러나 22일 전체 조합원 5만8천90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자 4만5천8명(투표율 88.44%) 중 반대 2만2천611명(50.24%)으로 찬성 2만1천707명(48.23%)보다 많아 연내 타결이 불발됐다.
노조의 과반수가 잠정합의안에 반대한 이유는 '예년보다 낮은 임금 인상안'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잠정 합의한 임금협상 내용은 ▲기본금 5만8천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00% + 280만원 지급 ▲중소기업 제품 구입 시 20만 포인트 지원 등이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임금 7만2천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합의한 바 있는 노조 입장에서는 이번 합의안이 성에 차지 않은 것이다.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향후 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다. 노사간 재협상을 통한 연내 교섭 타결 혹은 투쟁 강도를 높이는 방안, 내년 1월 대의원 선거 후 2월 교섭 재개 등 3가지 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연내 교섭 타결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집행부가 이끌어 낸 잠정합의안이 노조로부터 반대 의견을 받은 만큼, 임금을 더 올리기 위해 노조 집행부가 강경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이날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의 준엄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연내 재 잠정합의안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집행부는 조급해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올해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국GM 노조 임한택 지부장은 20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내년 1월 2일부터 5일까지 전면 파업을 결정했다. 한국GM 노조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잔업 및 특근 거부 등 향후 투쟁일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한국GM의 경우 끊임없이 제기되는 '철수설'까지 얽히면서 올해 임단협 연내 타결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한국GM 노조는 월 기본급 15만4천883원 인상과 통상임금(424만7천221원) 500% 성과급 지급, '8+8주간 2교대제'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신임 카허카젬 사장 등 사측은 재무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반복하면서, 노조와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매년 관행처럼 되풀이되면서, 일각에서는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인건비, 생산성, 유연성 등이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국내 완성차 시장은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로 경쟁력의 한계를 갖고 있다"며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결단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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