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셀프서비스 하나 주세요."
지금 어느 매장에서나 이처럼 말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40여년 전 롯데리아 1호점인 소공점에선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당시 국내에는 손님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 먹는 일이 없었다. 해외여행도 가기 어려운 시기여서 직접 주문해 가져다 먹는 서구식 주문 시스템을 아는 이들이 드물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롯데리아는 미국식 햄버거 패스트푸드 운영시스템을 도입했고, '셀프서비스' 안내문을 매장에 걸어뒀다. 하지만 이를 메뉴로 착각하고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 최초 프랜차이즈 사업의 시초 '롯데리아'
롯데리아는 1972년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브랜드다. 롯데그룹은 일본롯데리아와 합작해 1979년 롯데리아(현 롯데GRS)를 국내에 설립했다.
국내 최초 서양 외식 사업을 도입한 롯데리아는 1979년 10월 25일 제 1호점인 소공점을 개점하며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리아가 소공동에 1호점을 낸 것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이곳에 '롯데타운'을 세우며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신 총괄회장은 1979년 3월 반도호텔 본사 건물을 철거한 곳에 롯데호텔 서울을 신축해 운영했고 바로 옆에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어 같은 해 12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이런 과정 중에 롯데리아 소공점도 이곳에 함께 오픈하게 됐다.
롯데리아 소공점은 햄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 덕분에 개점과 동시에 서울 도심의 명소로 급부상했다. 개점 당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 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개점 당시 메뉴로는 롯데리아햄버거, 치즈햄버거, 디럭스햄버거 등 햄버거류와 프라이드치킨 등으로 메뉴 구성이 단순했다. 당시 롯데리아 햄버거 가격은 450원으로, 자장면(350원)보다 높고 냄비국수(600원)보다는 저렴한 편이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일평균 2천200여 개 햄버거가 판매되며 소공점 매출은 월 평균 3천만 원을 기록하는 호실적을 낳았다.
또 롯데리아 소공점은 국내 외식업계 최초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르바이트생 모집에는 약 5천명이 응모, 면접을 치르는데만 1주일이 소요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이 지역에 호텔과 관공서, 은행 등이 밀집해 외국인들의 왕래가 많아 아르바이트생 선발 시 외국어 테스트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리아는 소공점의 성공을 토대로 공격적인 점포망 확장에 나섰다. 1980년 실시한 국내 최초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에는 1천 명이 넘는 희망자가 몰리는 관심을 보였다.
이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외국 프랜차이즈 기업이 국내에 잇따라 진출하며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롯데리아는 한국형 제품 중심 운영을 통한 다(多) 점포 운영 전략으로 현재 전국에 1천3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1호점 소공점 오픈 9개월 후인 1980년 명동점을 오픈하며 한국 최초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국내 햄버거 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전통·트렌드 반영한 신제품으로 업계 주도
롯데리아는 1979년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1992년 업계 최초로 한국 대표 음식인 불고기를 활용한 '불고기버거'를 출시, 큰 주목을 받았다. 불고기버거는 한국인 입맛에 맞춘 불고기 소스 제품으로, 25년간 누적 판매 수량 8억개를 돌파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불고기 소스는 수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 불고기 양념액을 조미해 전통적인 맛을 살려 개발했으며 패티는 기존 보다 두툼하게 제조해 입 안에서 씹히는 맛이 좋다. 이렇게 개발된 불고기버거는 서구식 음식을 한국식으로 재창조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한국형 제품의 선두주자인 불고기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먹고 즐길 수 있는 토종 메뉴로 고객에게 인식됐다"며 "버거에 대한 서구식 이미지가 강해 주된 고객층이 어린이와 젊은 층이었으나, 불고기버거로 고객층을 모든 국민으로 대폭 확대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최근에는 기존 번과는 차별화 한 '브리오쉬 번'을 사용하고, 순 쇠고기 패티로 차별화한 AZ, 와규 등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에 공통 사용된 원재료 '브리오쉬 번'은 저온에서 12시간 발효한 통밀 발효종 효모를 사용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최대 3Cm의 볼륨감으로 균형감을 유지한다. 또 버거 절단면에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주는 공기 구멍이 다수 분포돼 있어 우수한 식감을 지니고 맛에 대한 균형을 유지해 준다.
롯데리아는 이와 같은 번을 활용해 신제품을 내놓거나 리뉴얼을 진행해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AZ버거는 누적 판매량이 400만 개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며 "와규 및 한우 불고기버거 역시 우수한 품질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주문 기기 운영으로 고객 편의 확대
'셀프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롯데리아는 고객 주문 시스템에 또 한 번 변화를 줬다.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고 편의를 확대하기 위해 최근 무인 포스 주문기, 예약 픽업 서비스 등 주문 과정의 푸드 테크를 접목한 것이다.
롯데리아는 2014년 일부 직영 매장을 대상으로 매출 증진을 위한 무인 주문 기기를 테스트 운영한 후 이듬해 전국 매장에 약 80개를 도입했다. 현재는 1천350개 매장 중 약 600개 매장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또 롯데리아는 지난 8월부터 직영점 10개 매장에서 사전 테스트를 실시한 '예약 픽업' 서비스를 10월 23일부터 홈서비스 운영점 1천 개 점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예약 픽업 서비스는 홈 서비스 주문 이용자의 GPS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가까운 매장 또는 원하는 매장을 선택해 별도의 대기 시간 없이 제품 수령이 가능하다. 또 접수 여부, 주문 상황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대기 시간 감소와 매장 회전율을 높여 고객 편의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원재료 차별화로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있다"며 "번과 패티는 물론 서비스 차별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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