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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덕에 살아난 소비심리, 百 연말세일 실적 '굿'


1년 전보다 소비심리 개선…롱패딩 열풍·고가품 매출 증가 영향 커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최근 몇 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유통업계 분위기가 1년새 급변했다.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세월호(2014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2015년)', '최순실 게이트·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2016년) 시행' 등 연이은 악재로 휘청이던 유통업계가 올 연말 들어 이른 추위와 롱패딩 열풍에 힘입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은행의 '2017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3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 12월(112.7) 이후 6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낙관적, 100 이하일 경우에는 비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직후 98.9를 기록한 후 최순실 게이트 여파 등으로 계속 떨어져 지난해 11월에는 95.8로 7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 심리가 급속히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백화점과 대형마트 실적 역시 역신장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새 정부 출범 기대 등으로 2~7월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북한 리스크와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영향으로 8월 전월 대비 -1.3포인트, 9월 -2.2포인트 등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10월에 1.5포인트 소폭 반등한 뒤 11월에는 3,1포인트 오르며 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간 악재가 계속되며 내수 부진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내수 경기에 영향을 줄 만한 큰 이슈는 없었다"면서도 "사드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매출에 의지를 많이 하고 있던 몇몇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내수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소비심리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른 추위 영향이 크다"며 "특히 백화점들이 롱패딩 열풍에 힘입어 방한용품 판매가 급증해 연말 세일 기간 동안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주요 백화점들의 연말 세일 실적을 분석한 결과 롯데의 매출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5%, 현대는 7.3%, 신세계는 12.1%(기존점 1.8%)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주요 백화점들의 연말 세일 실적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연말 세일 실적은 -0.7%, 현대 -1.2% 등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방한의류 상품전을 진행하는 등 매출 올리기에 안간힘을 썼으나 불안정한 국내 정세로 인해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다"며 "당시 분위기는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보다 더 심각했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겨울 세일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추위가 언제 시작되는지에 따라서도 실적이 많이 좌우된다"며 "이번 세일 기간은 작년보다 일주일 가량 빠르게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겨울의류와 방한용품의 판매가 급증해 좋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온이 처음 영하권으로 떨어진 뒤 거의 보름 동안 영하권 날씨가 계속 이어졌다. 또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서울 평균 최저 기온은 -2.0℃로 전년보다 2℃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연말세일 기간 동안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선 롱패딩 등 겨울 아우터가 불티나게 판매되며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롯데백화점에선 연말 세일 기간 동안 롱패딩의 인기에 힘입어 아웃도어(30.9%), 스포츠웨어(35.5%), 아동(22.4%) 상품군이 호조세를 기록했고,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동안 패딩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아우터 특가전 행사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여성(13.6)%, 남성(10.8%), 스포츠(35.9%), 아동(21.7%) 등 전 상품군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 겨울은 라니냐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춥다는 기상청의 관측에 따라 이른 시점인 11월 초부터 기온이 급격하게 하락, 패딩 등 아우터에 대한 고객의 관심 급증으로 전 상품군의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며 "특히 평창 롱패딩의 열풍으로 길이감 있는 코트와 아우터를 선호함에 따라 벤치 다운 상품 위주인 스포츠 장르가 강세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른 한파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명품 매출도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장기 불황에 국정 혼란 등으로 소비를 줄였던 고소득층들은 최근 조금씩 지갑을 열기 시작해 백화점 매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연말 세일 기간 동안 수입의류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보다 5%p 오른 9.1%를 기록했고 신세계백화점 역시 명품 매출이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예단하긴 어렵지만 명품 등 고가품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볼 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지난해 백화점 세일 실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올해 세일 실적에 기저효과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반짝 추위 영향으로 세일 실적이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일 뿐 청년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데다 실질임금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상황인 만큼 본격적인 소비 회복으로 해석하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 세일 실적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추위와 롱패딩 열풍이 컸던 만큼 반짝 호황일 수도 있다"며 "앞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감소될 가능성이 있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번 실적만으로 소비 회복세를 낙관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모처럼 실적이 개선된 유통업체들은 소비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겨냥해 상품권 증정 행사 등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설 방침이다. 김상우 롯데백화점 영업전략팀장은 “11월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우터를 구매하는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겨울 정기 세일 실적이 호조세를 보였다"며 "좋은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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