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TV홈쇼핑업계를 중심으로 중간유통업체(벤더)의 불공정거래 근절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한 것에 대해 업계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벤더를 통한 거래 자체를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탓이다.
29일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면세점·TV홈쇼핑·온라인쇼핑몰 등 6개 유통분야 사업자단체는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나 불공정 벤더 근절 방안 등을 담은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이들 업계는 임직원이 벤더를 통해 납품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내규에 규정하고 불공정행위가 확인된 중간유통업자는 계약갱신을 거절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홈쇼핑업계는 납품업체에 특정 벤더와의 거래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는 개선돼야 하지만 벤더 자체를 나쁘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벤더는 제조역량을 갖췄으나 판매·마케팅역량이 부족한 중소업체의 기획력을 보강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홈쇼핑업계에서 벤더는 마케팅회사나 다름없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와 납품업체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며 상품 기획과 홍보·마케팅, 시험인증 의뢰, 게스트 섭외 등을 담당한다"며 "특히 홈쇼핑은 기성제품보단 기획상품 위주여서 벤더의 역할이 더 크다. 홈쇼핑사가 판매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납품업체에 이 상품 만들어봐라 제안하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부가 홈쇼핑에 수산물을 직접 납품할 수도 있지만 벤더를 통하면 생업에 매진하면서 사업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홈쇼핑이란 특수시장에서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판매해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곳이기 때문에 벤더가 빠지면 중소제조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벤더 없이 홈쇼핑과 납품업체가 100% 직거래 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상품력과 기획력은 모두 갖춘 납품업체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홈쇼핑이 상품기획자(MD) 등 사실상 벤더 역할을 하는 직원 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납품업체 역시 각종 기획회의를 일일이 쫓아다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은 일반 유통채널과 다르다보니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나 판매전략 등 여러 번의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이 회의에 납품업체가 직접 참여하고 홈쇼핑이 전담 인력을 채용해 벤더 역할을 담당하게 하면 가능하지 않은 모델도 아니지만 과연 효율적인 사업구조인지는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상품공급자협의회 고위 관계자 역시 납품업체가 제조와 기획을 모두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한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적인 물건을 만들었다고 해서 꼭 제조업체까지 겸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벤더가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업체와 협력해 유통하는 구조를 나쁘게 보는 것은 낡은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