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두고 5년간 이어져온 롯데와 신세계 간 영업권 분쟁이 이변없이 롯데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신세계는 인천점을 사실상 문 닫게 되면서 백화점 업계 순위에서 현대에 밀리게 됐다.
대법원 민사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오전 신세계가 인천광역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며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는 이번 판결에 따라 현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 입점돼 있는 브랜드를 승계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7만9천300㎡(2만4천여 평)와 농산물도매시장 부지 5만6천200㎡(1만7천여 평)를 합친 13만5천500㎡(4만1천여 평)에 백화점과 쇼핑몰, 시네마, 아파트 단지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인근에 있던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은 매각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가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결에 따라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물론 오랜 기간 신뢰관계가 구축돼 온 파트너사가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38년간 축적된 우리만의 유통노하우로 복합문화공간인 '롯데타운'을 인천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지역경제 발전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패소한 신세계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지난 1997년 개점 후 20년간 지역 상권을 함께 일궈온 고객, 협력회사, 협력사원, 직영사원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롯데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신세계, 5년 갈등 종지부
신세계 인천점이 있는 인천종합터미널은 본래 인천광역시 소유로, 인천시는 지난 2012년 매각을 추진했다. 인천시는 그해 9월 롯데와 신세계를 최종협상자로 선정했지만, 기존에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가 아닌 롯데와 투자약정을 체결하면서 논란이 됐다.
인천시의 선택을 받지 못한 신세계는 2012년 10월 매각절차 중단 및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본안소송도 제기했다. 매각 과정에서 불공정한 차별적 대우가 있었고 자신들의 임차권도 침해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세계는 2013년 6월 '2031년까지 전체 임차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의 본안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신세계의 바람과 달리 본안 소송 1심(2014년 2월 선고)과 2심(2015년 11월 선고)에서 재판부는 인천시와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반발한 신세계는 지난해 1월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새 건물주인 롯데는 그동안 신세계 측에 계약 만료 전까지 나가달라고 요청했지만, 신세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철수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만 번복하면서 버티기 작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신세계는 이번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도 패소하며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신세계는 이곳에서 본관 3만3천㎡와 테마관 3만1천500㎡ 등 총 6만4천500㎡ 규모의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본관과 테마관 일부는 19일 계약이 만료된다. 신세계는 2011년 테마관의 1만3천900㎡ 면적과 주차빌딩 2만5천500㎡(건축면적)을 증축했으며, 이곳의 계약기간은 2031년 3월 10일까지로 아직 13년 이상 남아 있다.
◆신세계, 롯데와 '불편한 동거' 택할까
신세계는 현대백화점과 그동안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였다. 현대백화점이 2010년 대구점 오픈 후 업계 2위로 올라서자 양측은 출점에 적극 나서 반격을 펼쳤다.
하지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는 아직 현대백화점의 실적을 넘어서지 못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3% 늘어난 1조8천318억원으로, 신세계(1조6천437억원)를 앞섰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 역시 현대가 1조3천532억원으로, 신세계 1조3천340억원보다 많다.
신세계는 그동안 현대백화점의 실적은 아울렛 매출까지 포함돼 순수 백화점 매출로만 비교한다면 신세계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신세계는 아울렛 사업이 미국 사이먼 합작법인으로 분리돼 백화점 실적에서 제외된 상태다.
신세계는 이번 법원 판결로 알짜점포인 인천점을 잃게 되면서 순수 매출에서도 현대백화점에 밀리게 됐다. 인천점은 강남점, 센텀시티점, 본점에 이어 매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탓에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패소해도 당분간 '한 지붕, 두 백화점'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세계가 증축한 일부 공간의 계약기간이 오는 2031년까지 남아 있는 데다, 롯데는 신세계의 영업장 중 계약이 만료된 일부 면적에 곧바로 백화점을 오픈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신세계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롯데와 협의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점 매출이 뒷걸음질하는 상황에서 신규로 점포를 낼 만한 부지가 마땅치 않은 만큼 신세계가 계약 기간이 남은 영업장을 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같은 건물에서 두 백화점이 영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2031년까지 계약된 신관 건물의 잔존가치와 영업권에 대해 롯데와 신세계가 타협점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