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체위해성 평가결과가 일회용 생리대·팬티라이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독성 물질에 한해서만 조사가 이뤄진 데다 노출 경로에 따른 위해성 차이와 누적위해평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8일 환경보건 관련 5개 학술단체와 정의당 여성위원회, 권미혁·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정미·심상정·윤소하·추혜선 의원(정의당)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포럼 '생리대, 여성건강을 위협하는가?'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 9월 식약처는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팬티라이너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류영진 식약처장 역시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시중의 생리대에 대해 "현 단계 조사로는 안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리대 제조업체들은 자사 생리대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특히 부작용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깨끗한나라는 "식약처의 조사 결과는 당사 제품의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해주는 결과"라며 생리대 판매 및 생산을 재개했다.
그러나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여성들의 건강 피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가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조사결과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최 교수는 "위해성 평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독성 물질을 토대로 진행된다"며 "그러나 ▲생리량 감소 ▲생리기간 단축 ▲생식기 관련 질환 발생 등 모든 여성 피해 현상을 커버할 수 있는 독성 지식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즉,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 '안전하다'고 나오더라도 이는 10종의 안전성만을 담보할 뿐,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알 수 없으므로 생리대 자체의 안전성까지 확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최 교수는 식약처가 위해성 평가에 어떤 독성 참고치를 활용했는지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데다, VOCs 10종이 여성들의 불편 증상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생리대는 피부 노출을 기준으로 위해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식약처는 입으로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기준으로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노출 경로에 따라 독성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실제 유럽에서 325개 화학물질이 구강과 피부로 각각 흡수됐을 경우 독성값을 조사한 결과, 노출 경로가 어디냐에 따라 독성 값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이게 이거다'라고 못 박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여러 화학물질에 동시 노출될 경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예컨대 식약처는 생리대에 포함된 스티렌의 9배, 톨루엔의 252배, 벤젠의 157배에 노출돼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했으나, 10종의 VOCs가 인체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경우 안전 값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또 식약처 조사에서 특정 생리대(오버나이트)의 클로로포름(VOCs 10종 중 하나)은 초과 발암 위해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식약처의 1차 위해 평가 결과로는 생리대의 주요 건강 호소에 대한 안전성을 진단하기 힘들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독성학적·환경보건학적 지식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100% 안심하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리대 파동은 이미 건강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논의에 대해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 정책과장은 "위해성 근거가 현재 과학수준으로 명확하지 않다면 업계 자율적으로 저감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풀어서 관리할 수 밖에 없다"며 "또 많은 사람들이 국내외 생리대 위해성 관리기준이 다른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외국과 똑같은 수준에서 규제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협의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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