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내년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폴더블폰의 기술적 난이도와는 별개로 제조업체들의 판매 전략상 내년 출시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높아진 가격 대비 사용자 가치, 콘텐츠 생태계 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뿐만 아니라 부품업체들도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유력한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은 폴더블폰의 핵심인 접히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해결할 수 있는 업체다. 레노버와 화웨이, 샤오미, ZTE 등 중국업체들 또한 카피캣의 오명을 벗기 위해 폴더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에서 내년 스마트폰 로드맵에 폴더블 제품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사장은 "깜짝 하고 몇 대 내는 것보다는 일단 제품이 나갔을 때 고객들이 삼성전자가 제품을 잘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며 "현재 넘어야 할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철저히 파헤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레노버는 지난 7월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레노버테크월드2017'을 개최하고 폴더블 태블릿을 공개하기도 했다. 폴더블 제품이 실제로 시연되는 일이 극히 드물어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다만 업계에선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되려면 기술적인 난이도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소비자 가치와 콘텐츠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조업체로서는 판매전략상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은 설익은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 폴더블 스마트폰 예상 가격 200만원대
폴더블 스마트폰이 넘어야 할 가장 큰 허들은 가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의 가격 추이를 견줘봤을 때 폴더블폰의 가격은 200만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부품 중 가장 고가제품은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출고가 책정에 핵심 사항으로 분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X 256GB 모델의 출고가는 1149달러다. 부품원가는 약 413달러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가장 비싼 부품은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로 약 80달러로 알려져 있다.
올해 출시된 대부분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지난해 대비 가격이 상승했다. 새로운 트렌드로 와이드 화면이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16:9 화면비는 18:9, 18.5:9, 19.5:9로 더 넓어졌다. LCD에서 플렉서블 OLED로의 전환도 이뤄졌다.
삼성전자 갤럭시S7의 경우 64GB 모델이 88만원, 갤럭시S7 엣지 64GB는 96만8천원이었으나 올해 출시된 갤럭시S8은 93만5천원, 갤럭시S8 플러스는 99만원으로 올랐다. 갤럭시노트8은 전작이 98만8천900원인데 비해 올해는 109만4천500원까지 치솟았다. LG전자 V30 또한 전작이 89만9천800원이었지만 94만9천300원으로 상승했다.
허무열 IHS마킷 수석 연구원은 “패널 업체들은 동일 마더글라스를 사용해 가동률을 올릴 수 있겠으나 컷팅되는 수량이 줄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패널 가격이 상승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경우 현재 태블릿 수준의 화면 크기를 반으로 접거나, 심지어는 3등분해 접어야 한다. 원장 대비 컷팅되는 수량도 적을뿐더러, 그에 따른 기술적인 어려움이 그대로 부품가격에 투영된다. 크기가 2배로 늘었다고 해서 가격도 딱 2배로 느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 플렉서블 OLED 전환기, 과도기 넘겨야
기술과 트렌드는 서로 연관되면서 진화 발전돼왔다. 최근 디스플레이 트렌드를 살펴보면 곧장 폴더블로 갈 이유가 크지 않다.
디스플레이 업계로써는 플렉서블 OLED의 기술 및 수율 안정화와 수요 대비 공급 캐파를 맞춰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셋트업체 입장에서는 최근 변화를 꾀한 신규 폼팩터를 좀 더 길게 끌고 가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0.5%를 차지했던 OLED는 올해 45%를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에는 무려 59%에 달해 OLED가 LCD 점유율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플렉서블 OLED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약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플렉서블 OLED 채용 트렌드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과감한 투자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기술력은 물론 생산능력 측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여타 업체들은 시작점을 막 벗어난 상태다. 일각에서는 2020년 플렉서블 OLED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 공급과잉에 접어들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으나 이는 수율확보를 통한 합리적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품고 있다.
지난해 구글이 야심차게 내놓은 픽셀과 올해 애플의 아이폰X의 발목을 잡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플렉서블 OLED의 공급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LG디스플레이와 BOE의 경우 품질에 대한 검증 과정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측면에서는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및 가격 안정화가 진행되는 동안 변화한 폼팩터를 유지해, 수익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올해 스마트폰 폼팩터는 와이드 화면비의 디스플레이와 함께 베젤리스 디자인이 주로 통용되고 있다. OLED 패널을 평면형으로 유지하면서 좌우베젤을 크게 줄인 형태나 좌우 측면을 엣지로 마감하면서 상하단을 얇게 구현한 형태, 또는 상단의 노치 부분만 남겨두고 나머지 전면을 디스플레이로 꽉 채운 형태로 구분된다. 이러한 폼팩터 변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2014년 갤럭시노트 엣지로 엣지 디자인을 실험한 후 2015년 갤럭시S6 엣지를 통해 현재의 좌우 엣지 형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플랫형 모델과 엣지형 모델을 양분해 출시하던 삼성전자는 올해 플랫 모델을 생략하고 갤럭시S8 시리즈와 갤럭시노트8에 엣지 디자인만을 입혔다. 즉, 삼성전자의 올해 플래그십 모델은 엣지 형태의 완성형 스마트폰으로 향후 몇년간 이 폼팩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과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X와 V30에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채택했다. 아이폰8 시리즈와 G6의 경우 기존 LCD 패널을 고집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전반적으로 플렉서블 OLED가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지난해부터 OLED를 본격적으로 채택했으며, 올해 리지드형과 플렉서블 OLED를 교차해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내년에도 와이드 화면비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시작점에서 또 다시 설익은 폴더블을 들이밀 이유가 크지 않다. 디스플레이 업체의 생산능력과 수율 안정화를 통한 합리적인 가격 책정 시기가 도래하기까지 셋트업체는 현재 폼팩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 하드웨어 기술 또는 실용성에 따른 허들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업체 내 폴더블 구현이 가능한 패널 개발은 막바지에 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의 기본 요소인 1.0R 곡률 수준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연말까지 2.5R 곡률 패널을 개발하고, 오는 2019년 1.0R 정도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허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패널뿐만 아니라 접히는 부분의 힌지, 배터리 측면에서의 기술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강민수 IHS마킷 수석연구원은 "기존 OLED 패널에 비해 두께가 더 얇아져야 한다. 0.5mm보다 더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굽힘반경은 1.0mm 수준으로 가야한다. 인폴딩이 쉬워 아웃폴딩보다 먼저 구현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매력적인 플렉서블 장비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보호하는 강화유리를 사용할 수 없어, 유연하면서도 투명하고 외부 충격과 긁힘에도 견딜 수 있는 소재로 바뀌어야 한다. 투명 폴리이미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에 쓰일 폴리이미드의 경우 유리의 매끈한 감성을 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투명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업체들도 플더블 구현을 위한 제반 사항을 뒷받침해야 한다. RF-PCB 또는 SLP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배터리 역시 휠 필요없이 한 쪽에 몰아 넣는 방법도 강구해볼 수 있다.
문제는 배터리의 효율성이다. 통상적으로 태블릿은 스마트폰보다 높은 용량의 배터리를 채택한다. 디스플레이가 크면 그만큼 전력도 더 많이 필요하다. 폴더블의 경우 펼쳤을 때는 태블릿이나 진배 없다.
가령, 스마트폰의 경우 3천mAh 안팎의 배터리 용량을 갖추고 있지만, 태블릿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6천mAh 안팎의 배터리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제품이 휴대를 위한 얇고 가벼운 폼팩터를 지녀야 하는데, 고용량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휴대성까지 해칠 수 있다.
◆ 폴더블 앱 생태계 유도 필수
모든 기술적 허들을 넘었다고 해서 폴더블의 성공을 점치기는 어렵다. 폴더블만의 콘텐츠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이 주는 사용자경험(UX)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폴더블 스마트폰을 사야 될 근거가 부족하다.
홍주식 IHS마킷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하드웨어만 완성됐다고 출시되지는 않는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준비되지 않으면 활용성이 제한되고, 시장에 제대로 된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서는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수 있는 앱 개발자 포섭이 중요하다.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진영이 이끌고 있다. 보유한 앱 수량으로는 구글이 앞서고 있지만 앱 사용폭이나 수익은 iOS가 앞선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잇는 유연한 소프트웨어 적용을 위해서는 iOS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수직계열화돼 있다. 이에 비해 안드로이드 진영은 파편화된 생태계 속에서 제조업체들이 중심을 이뤄야 한다.
허무열 IHS마킷 수석 연구원은 "폴더블은 생각해야할 포인트가 많다. 폴더블이 줄 수 있는 앱이나 서비스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또는 앱 개발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부품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와 관련한 기술개발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출시 여부는 하드웨어보다는 셋트업체의 마케팅 전략 측면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폴더블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오히려, 사업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노심초사했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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