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기자] 핵, 미사일 뿐 아니라 북한의 비대칭 전력인 사이버 위협에 대해 새로운 경제제재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세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북한학 박사인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3일 개최된 '2017 사이버공간 국제 평화안보 구축 학술회의'에서 "국제사회에서 북한 사이버 공격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며 "북한 소행이 확증된다면 이 문제를 유럽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으로 가져가 새로운 경제제재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 사회, 국제 금융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 사이버 공격 패턴은 시스템 파괴에서 정보 탈취, 외화벌이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북한에 있어 사이버 공격은 최적의 무기로 평가된다.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북한의 인터넷 접속통제에 따른 폐쇄적인 사이버 환경 탓에 보복 피해 가능성이 적어서다.
실제로 북한은 자체 운영체계(붉은별)와 네트워크(광명망)를 갖고 있고, 해외 인터넷 고리는 중국 차이나유니콤, 러시아 트랜스텔레콤을 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도메인 수는 1천 개 정도이며, 국가도메인(.kp)으로 공식 운영하는 웹사이트는 고려항공, 조선중앙통신, 김일성 종합대학 등 28개에 불과하다.
이 조사관은 "소니픽처스 해킹 당시 미국이 보복 차원에서 중국, 러시아와 연결된 해외망을 끊어버렸지만 아무 지장을 주지 못했다"며 "선택 받은 소수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거의 없는 만큼 보복으로부터 안전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북한 사이버 공격이 확장된 건 "북한 내부 정치와 긴밀하게 연계된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 시대 권력 엘리트 구조는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3년도 안 되는 짧은 후계 체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김정일 시대와는 다르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통치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엘리트들이 군부, 당과 같은 각각의 자기 영역을 갖고 경제권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엘리트를 움직이는 것은 과거처럼 수령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돈"이라며 "돈을 더 많이 버는 자리로 가야 더 많은 충성 자금을 바칠 수 있고, 더 많은 정치 권력과 경제적 이권을 챙기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조사관은 "돈을 둘러싼 북한 엘리트들의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통치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는 엘리트들은 숙청당할 것이기 때문에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 했다.
북한이 1년간 사용하는 외화의 약 70%는 군부에서 운영하는 무역회사를 통해 들어온다.
이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은 외화벌이에 치명타를 맞게 됐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이 조사관은 "올해 채택된 두 건의 대북 제재 결의(2371·2375호)가 앞으로 북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북한은 무역, 노동력 송출 등으로 연간 50억 달러 정도를 버는데 이중 35억~ 40억 달러가 통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에는 대중수출 1위인 섬유 제품 수출 금지, 북한 해외 파견 근로자 재계약 금지 등 규제가 강화됐다. 반면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10억 달러에 이른다는 미국 상원 의원의 보고가 나온 바 있다.
그는 "지금은 주로 정찰총국이 사이버 공격과 관련돼 있지만 노동당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통치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전략적으로 더 키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앞으로 북한 사이버 공격은 더욱 지능화·보편화·세분화될 것이며, 핵과 미사일 못지 않게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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