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채송무기자]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안 대표는 또 한번의 리더십 손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과 통합할 경우 당 지지율이 19.7%로 더불어민주당(46.3%)에 이어 정당 지지율 2위로 상승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안 대표와 주류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매진했다.
국민정책연구원 자체 여론조사는 지난 14~15일 전국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통합파인 김동철 원내대표가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을 찾아 통합을 공식 요청했고, 안 대표의 최측근인 송기석 대표 비서실장이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통합까지 간다면 늦어도 올해 12월까지는 이뤄져야 통합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안 대표 본인도 적극 나섰다. 지난 20일 인터넷 언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1년 반 전 창당 때부터 민생정당·안보정당·미래정당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고, 거기에 뜻을 함께하는 누구든 함께 해 더 큰 국민의당을 만들 책임이 저에게 있다"며 말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일이 생긴다면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국정감사 기간이기 때문에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우선 당내에서 논의를 하고 당 밖의 분들도 지향하는 방향이 같은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 등 당내 호남 중진 의원들이 반발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김동철 원내대표도 중진이고 주승용·황주홍 의원도 중진으로 저와 호남 중진 간 생각이 다른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방선거 연대 남아있지만…파괴력 미지수, 연대 실패시 安 위기
그러나 이같은 안철수 대표의 통합 추진은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바른정당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햇볕정책 포기와 호남 중심론 포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국민의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박지원 전 대표가 탈당을 언급하는 등 호남계 의원들의 반대도 거셌다. 당초 통합파로 분류됐던 주승용 의원 등 호남 중진도 정책연대와 선거연대를 이어 통합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통합이 가능하지만 현재는 그 단계를 뛰어넘어 혼란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안 대표는 결국 한발 뒤로 물러섰다. 전날 중진의원들과의 만찬 회동에서 "통합론은 언론이 앞서나간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25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이 공유되는 수준에서 연대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당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최대주주 당 대표인 안 대표는 리더십의 상처를 받게 됐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는 진행될 예정으로 아직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대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바른정당 통합파가 국민의당보다는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고려하고 있어 선거연대의 파괴력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 내지 통합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 안 대표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안철수 대표의 지방선거 타개책이었기 때문이다. 본인과 국민의당 위기 속에서 안철수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며 등장했지만, 대표 취임 이후에도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국민의당과 안 대표에게는 또 한번의 위기가 휘몰아칠 수 있다. 국민의당이 정기국회에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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