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채나기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30년째 유지되고 있는 현행 헌법은 '헌 옷'에 비유된다.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역대 정부마다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집권 후반 개헌 카드를 꺼내 드는 형식이어서 번번이 실패했다. 차기 대선주자들과 야당이 국정운영 동력 확보, 정권 재창출 등 정략적 의도로 개헌을 이용하려 한다면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인 2007년 1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지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10년 개헌 공론화에 나섰다가 차기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당시 의원이 반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초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논의 자체를 봉쇄했다. 2014년 당시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의 '중국발(發) 개헌론'이 비토당한 데 이어 2015년 친박계 내에서도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금세 수그러들었다. 박 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임기 내 개헌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임기 후반인 2016년 10월 24일,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때마침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이목을 돌리기 위한 것이었고,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됐다.
◆개헌 필요성 폭넓은 공감대+文대통령 굳은 의지=성공?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취임 후에도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 재확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만큼은 개헌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운영에 가장 힘이 실릴 집권 1년차인데다 차기 대선주자도 부상하지 않은 상태라 저항이 적다. 야권에서도 개헌 시기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국민 여론 역시 찬성 쪽에 기울어 있다.
현재 가동 중인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는 10월 말까지 원탁토론 및 대국민 보고대회를 하고 12월까지 헌법조문을 작성한 뒤 내년 2월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은 추석 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내년 설날(2월 16일)까지 반드시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께 보고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민감한 쟁점이 많아 개헌특위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문 대통령이 합의 불발 시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개헌이 쉽게 좌절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특위에서 충분히 국민주권적인 개헌 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정부가 논의사항을 이어받아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개헌특위를 만들어 개헌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은 개헌안 발의권을 국회 뿐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부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 개헌, 대통령 발의 개헌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것이다. 다만 누가 발의하든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즉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개헌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윤채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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