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이 혼전 양상일 빚고 있는 가운데, 킹메이커로 부상한 애플이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에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의 중국 기술유출 우려와 공급망 안정성 등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한미일연합을 통해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30억달러의 투자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연합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는 진영이다. 애플뿐만 아니라 델과 씨게이트도 회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뛰어든 곳은 3개 진영으로 압축된 상태다. 한미일연합과 함께 웨스턴디지털(WD)과 미국 사모펀드 KKR이 포함된 신미일연합, 대만 홍하이그룹(폭스콘) 다국적 컨소시엄 등이다.
지난 13일 도시바는 이사회를 개최하고 WD와 입장차를 재확인하면서, 한미일연합과 본격적 논의를 위한 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분위기는 한미일연합을 향하고 있으나,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어 가능성은 다른 2곳에도 열려 있는 상태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이 원점으로 회귀하면서, 애플이 인수 제안의 열쇠로 부상했다. 한미일연합과 신미일연합 등은 애플을 포섭해, 도시바의 선택을 받겠다는 전략이었다. 두 진영 모두 애플에 협력을 요청한 셈이다.
당초 애플에게 가장 먼저 협력을 제안한 곳으로 폭스콘이 거론된다. 폭스콘은 도시바 메모리 인수 초기에 애플에게 컨소시엄에 합류할 것을 요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꺼려하는 일본의 정서에 부딪치면서 폭스콘과 손을 잡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WD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며, 전략적인 판단 하에 한미일연합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공급망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라는 명분도 있겠으나,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다분하다.
도시바 또한 일부 주요 임원들이 WD로의 매각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과 이달 열린 이사회에서 몇몇 임원들은 WD의 강경한 입장에 반대 의사를 확실히 하면서, 결론적으로 최종계약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의 주요 디바이스에 장착된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와 도시바, 샌디스크(WD), SK하이닉스 등이 공급하고 있다. 도시바는 낸드 시장에서 2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8.3%로 2위와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왕좌를 유지하고 있다. 2위는 도시바로 16.1%, WD가 15.8%로 3위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0% 초반대로 4,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 도시바가 무너진다면 타 업체들과의 협상력이 약해진다. 특히 대량의 낸드를 구입해 차익을 보는 애플의 비즈니스 특성상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대항마가 필요하다. 애플은 도시바 메모리 인수 참여를 통해 공급망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사전에 부품을 대량 구매해 그에 따른 차익을 남기는 전략을 취하기도 하고, 단일이 아닌 복수 공급망을 활용한다. 공급망과의 거래 내역에 비춰 또 다른 동일 공급망에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애플이 한미일연합에 최종 합류할 수 있을 지에 관해서는 유동적이다. 도시바가 본격적으로 한미일연합과 협상을 진행함에 따라 이곳에서 애플의 합류 및 투자 내역 등이 다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스지모토 유지 베인캐피탈 일본지사 담당이 애플의 지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애플이 한미일연합을 통해 30억달러를 투자하게 된다면, 3억 달러에 인수한 비츠뮤직을 누르고 가장 큰 거래 기록이 달성될 전망이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