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에이블씨엔씨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업계 의혹이 커져가는 가운데 에이블씨엔씨와 셀트리온스킨큐어 간 합병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개매수에 실패한 최대주주가 이번 유증으로 지분을 늘린 뒤 상장폐지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에이블씨엔씨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천5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에이블씨엔씨는 현재 주식 총수의 48.13%에 달하는 신주 813만100주를 1만8천450원에 발행해 오는 11월 22일 상장할 예정이다.
에이블씨엔씨는 1천500억 원 가량의 자금은 ▲노후 점포 인테리어 개선 및 판매망 확충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 ▲연구개발(R&D) 투자로 제품 경쟁력 강화 ▲주요 해외 거점 국가 유통채널 강화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 공시를 살펴보면 대규모 공장 증설이나 신규 사업 추진 등의 특별한 용처가 보이지 않고 선언적인 문구들만 대부분"이라며 "운영자금이 부족한 경우 이런 유상증자를 하는데 에이블씨엔씨의 재무 상황이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체계) 보복으로 에이블씨엔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22%, 당기순이익이 38.42% 줄긴 했지만 재무지표(연결 기준)는 양호한 편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에이블씨엔씨의 부채비율은 28,57%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이란 타인자본의 의존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통상 100% 이하일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기업의 지급능력을 뜻하는 유동비율도 이상치(200%)를 훌쩍 넘어선 390.59%를 기록하고 있으며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을 뜻하는 사내유보율은 325%가 넘는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이블씨엔씨는 올 2분기 말 1천100억 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50억~200억 원의 현금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회사가 언급한 계획은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만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계획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명분 없는 대규모 유증…상장폐지 위한 꼼수?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에이블씨엔씨가 다른 사업계획이나 목적을 두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시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에이블씨엔씨의 최대주주인 IMM프라이이빗에쿼티(PE)가 M&A를 염두에 두고 유상증자라는 이름의 제2의 공개매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4월 IMM은 미샤 창업주인 서영필 회장으로부터 에이블씨엔씨의 경영권 지분 25.54%(431만 3천730주)를 인수한 후 추가로 유통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해 지분율을 53.48%까지 끌어올렸다. 매수 예정 수량은 발행주식 총 수의 60.21%(1천16만9천491주)였으나, 이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46.40%(471만8천970주)만 확보하는 데 그친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IMM의 공개매수 목적으로 에이블씨엔씨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효율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선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비상장 상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올라선 기업이 상장폐지하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태림페이퍼(옛 동일제지)역시 IMM이 최대주주가 된 후 자진 상장폐지한 바 있다.
이런 배경 탓에 에이블씨엔씨의 대규모 유상증자도 상장폐지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MM이 기존주주들의 실권주(신주인수권을 포기한 주식)를 사들여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에서다. 코스닥 상장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하려면 최대주주의 지분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발표 후 에이블씨엔씨의 주가가 고꾸라져 추가 매수 의지가 있는 주주라면 유상증자보다는 현재 주식을 사들이는 게 더 유리하게 됐다"며 "더욱이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로 한중관계가 또 다시 경색되면서 화장품 업황이 불투명해졌는데 현재 가격보다 비싸게 주식을 사들일 이유가 없다. 대주주만 사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유상증자 공시 후 이틀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해 이날 오후 1시 33분 기준 1만6천8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신주 발행예정가(1만8천450원)를 약 10% 밑도는 수치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을 호재로 인식할 수 있는 건 최대주주인 IMM이 유일하다. IMM이 서 회장의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 등을 통해 1주당 약 3만5천250원에 지분을 매입했으나, 이의 절반 수준인 신주 발행예정가로 주식을 사들이면 평균 매입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가가 더 떨어지면 신주 발행예정가도 하향조정 될 수 있다.
즉 IMM으로서는 현 주가가 더 떨어져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수록 더 적은 돈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IMM이 실권주를 추가 매입할 것"이라며 "유상증자를 통해 IMM은 에이블씨엔씨의 지분을 끌어올리고 에이블씨엔씨는 추가자금을 확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스킨큐어 합병설 '솔솔'…IMM은 '부인'
업계에서는 에이블씨엔씨가 상장폐지와는 별도로 1천500억 원의 자금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일각에서는 IMM이 1천500억 원을 셀트리온의 화장품 전문기업인 셀트리온스킨큐어와의 합병 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IMM과 셀트리온의 관계가 막역한 데다 에이블씨엔씨와 스킨큐어 모두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양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지난해 IMM인베스트먼트는 스킨큐어 전신인 셀트리온지에스씨가 발행한 총 1천억 원의 전환사채(CB)에 6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약 7%를 보유 중이며 셀트리온의 교환사채(EB)와 셀트리온제약의 CB 등을 사들이는 등 양 사의 관계가 긴밀히 이어져 왔다. 일각에서는 IMM을 셀트리온 백기사(경영자에 우호적인 주주)로도 일컫는다.
더욱이 최근 스킨큐어는 올 상반기 실적이 손익분기점(BEP)를 넘지 못해 문광영 대표가 선임 8개월 만에 퇴진하는 등 악전고투를 이어가고 있다. 스킨큐어는 상반기 190억8천만 원의 영업손실(별도 기준)과 213억5천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에이블씨엔씨와의 합병 의지가 있다"며 "영업망을 확보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고 있는 만큼 이미 영업망 구축이 완료된 에이블씨엔씨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IMM 고위 관계자는 "유상증자 자금을 추가 M&A에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스킨큐어와의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의혹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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